코로나보다 오래된 팬데믹 '결핵'…규칙적으로 약 복용시 완치 가능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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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9 07:43  |  수정 2021-10-19 07:39  |  발행일 2021-10-19 제15면
한국, 6·25전쟁이래 유병률 낮아졌지만 발생률은 OECD 가입국 중 최고수준
국내 결핵사망자수 코로나보다 많고 치명률도 코로나보다 6.8배나 높아
약제 내성이 치료 실패의 가장 큰 요인…1차약제로 치료 끝내려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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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결핍의 질병으로 불리는 결핵.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에서 멀어졌던 결핵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지난해 결핵으로 인한 전세계 사망자는 150만명으로, 전년도(140만명)보다 늘었다. 연간 결핵 사망자 수가 증가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세계 결핵보고서 2021'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의 필수 의료서비스가 차질을 빚으면서 결핵으로 숨진 사람도 증가했다.

◆결핵 발생률, OECD 가입국 1위

6·25전쟁 후 영양 부족, 불결한 위생환경, 부족한 항결핵제 등으로 결핵 유병률이 높았다. 1950년대 후반 실시한 결핵실태조사에서 결핵 감염률이 67%로 나타났고, 1962년 국가결핵관리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결핵 퇴치를 위해 1965년부터 5년마다 전국결핵실태조사를 실시함과 동시에 무료 치료사업, 신생아 출생 후 BCG 예방접종 등을 시행했다. 이런 노력으로 2011년 5만491명을 기록했던 결핵환자 수는 매년 감소해 2019년에는 3만304명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숙제는 남아 있다. 여전히 국내 결핵 발생률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내놓은 '결핵, 친숙한 팬데믹'이라는 제목의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보면 국내 결핵환자는 지난해 기준 2만5천350명, 10만명당 49.4명 수준으로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 1위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1천610명(2019년 기준)으로 OECD 가입국 중 둘째로 높다.

특히 결핵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 수는 코로나19 사망자보다 많고, 치명률도 7배가량 높다. 김 의원에 따르면 2019년 결핵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은 1천610명으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950명)보다 많다. 결핵치명률은 5.31%로 코로나19 치명률 0.78%에 비해 6.8배나 높다.

결핵은 결핵균의 활동여부에 따라 활동성 결핵과 잠복 결핵으로 나눌 수 있다. 활동성 결핵은 사람 몸에 들어온 결핵균이 활발하게 활동해 병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에는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빠른 치료로 완치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 미열, 식은땀, 피가 섞인 가래, 심한 피로감,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고 흉부 영상 검사와 객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잠복 결핵은 활동성 결핵 감염자에 노출돼 인체 내 결핵균은 있지만 활동하지 않고 정체돼 있는 무증상 상태로 전염력도 거의 없다. 그런 만큼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검사는 피부반응 검사법(투베르쿨린검사)과 혈액검사법(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으로 이뤄진다. 피부반응 검사법은 검사 시약을 피부에 주사해 48~72시간 후에 피부에 나타난 결핵 반응 결과를 전문 의료진이 확인,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혈액검사법은 혈액을 채취해 결핵균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양성자(잠복 결핵 감염) 진단은 피부반응 검사와 혈액검사 결과를 종합해 이뤄진다.

잠복 결핵 감염자가 검진을 통해 치료를 받으면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활동성 결핵으로 이행할 수 있고, 결핵균이 폐를 비롯한 여러 신체부위를 손상시키고 가족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청에서 발표한 결핵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집단시설 결핵역학조사(4천526건)를 진행한 결과 결핵환자 접촉자 13만843명에서 기존에 신고되지 않았던 잠복 결핵 감염자 1만2천873명이 추가 발견됐다. 같은 해 결핵환자 가족접촉자 총 2만7천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잠복 결핵 감염자가 5천761명 발견됐다.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도 잠복 결핵 감염 치료 대상자는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으면 활동성 결핵으로의 발병을 90~95% 예방할 수 있다.

◆규칙적인 약 복용이 최선

결핵 감염 검사는 결핵이 발병한 환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몸속에 결핵균이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결핵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는 객담도말검사, 객담배양검사, 영상검사인 X선 촬영 검사가 있다. 객담도말검사는 결핵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객담을 염색해 균의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법이다. 객담배양검사는 의심 소견을 보이는 환자의 객담 내 균을 증식시켜 균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다. X선 촬영 검사로는 흉부의 음영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 결핵 발병 여부를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8월4일 개정된 결핵예방법 시행 규칙에 따라 의료기관, 학교 등 집단시설의 교직원, 종사자의 경우 결핵 및 잠복 결핵 검진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잠복 결핵 검사와 치료는 보건소와 병원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결핵 치료는 1943년 왁스만이 흙 속에서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해 치료에 적용하면서부터 치료약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현재 결핵은 항결핵제를 일정한 기간만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완치되는 질환이다.

결핵 치료 실패의 가장 가장 큰 원인은 환자가 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해 약제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차 항결핵 약제는 1차 약제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며,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많다. 처음 결핵으로 진단되면 반드시 1차 약제로 완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관호 영남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장은 "의학이 발달하면서 130여 년 전에는 불치병이었던 병도 이제는 완치가 가능해졌고 대표적인 것이 결핵이다. 하지만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염이 되기 전에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라며 "청결한 개인위생,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결핵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이관호 영남대병원 권역호흡기전문질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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