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스마트폰 세상보기] 동화사 앞 감나무 속에서 자라난 꽃나무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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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1   |  발행일 2021-11-03 제14면   |  수정 2021-11-02 08:24
나무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사의 한 감나무 몸통에서 꽃나무가 자라 있는 모습.

대구시 동구 팔공산 동화사. 해우소 앞 감나무 몸통에는 커다란 구멍이 관통하고 있다. 보통 나무들은 구멍이 한쪽 면에만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어린아이 한 명이 웅크리고 앉을 정도로 감나무 기둥 안이 텅 비어 있다. 옹이가 만들어 낸 창작품이다.

감나무는 속살이 썩어 몸통이 비어 가는데 그 속에 뿌리를 묻고 꽃나무 몇 포기가 자라고 있다. 감나무의 영양분을 나누어 먹으면서다. 나무 앞쪽에는 바위취 가족이 오순도순 정겹게 얼굴을 내밀어 햇볕을 쬐고 뒤쪽에는 비비추가 커다란 잎을 펼쳐 길손을 반긴다. 몸통 주변의 이끼는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 주는 듯하다. 감나무는 자기의 몸통에 바위취와 비비추가 추위와 더위를 피하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보금자리로 내어 주었다.

나무의 옹이는 그 나무만의 독특한 패턴으로 아름다운 무늬가 된다. 옹이가 생기는 원인은 죽은 나뭇가지 때문이다. 나무가 자랄 때 가지가 죽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죽은 가지의 조직 주위를 새로운 세포 조직이 감싸면서 생겨난다. 이미 죽어버린 가지의 조직은 새로 생기는 조직에 합쳐질 수 없어서 나무 본체에서 분리된 옹이가 생기는 것이다.

감나무 몸통에 커다랗게 뚫려 있는 구멍을 보다가 어머니 생각을 한다. 나도 어머니 가슴에 저렇게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은 건 아닐까? 때로는 옹이가 생기는 상처가 나더라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인고의 세월에도 제 줄기를 포기하지 않고 키워내는 감나무처럼. 자식의 상처를 새살이 날 수 있게 보듬으며 어머니는 모든 것을 주고도 무언가를 더 내어 줄 게 있는지 팔을 뻗었을 것이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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