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마주쳤을 때

  • 한영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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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7   |  발행일 2021-11-17 제12면   |  수정 2021-11-1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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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화 시민기자

큰 아들을 잃은 지 두 달쯤 되었다.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음이다. 굳이 '내 목숨과도 같은 아들이었다' 설명하지 않아도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어디에다 비유할 수 있을까.

큰아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그리움, 그리고 삶의 고단함으로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쯤이었다. 아침시간 작은 아이 아침을 준비하며 유튜브로 김창옥 교수(휴먼컴퍼니 대표, 세바시 강사)의 강의를 듣는데 여성 관객이 나와 똑같은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쏟는 게 아닌가.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마주쳤을 때'란 제목에 끌려 듣게 된 강의에서 김창옥 교수는 그녀에게 "아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우리가 그 무엇이든 할 텐데… 절대 죽지 마시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라는 말을 전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 순간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죽지 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삶의 끈을 놓으려는 엄마에게 보내는 큰아이의 메시지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죽여 한참을 울었다.

'육체 속에 깃들어 생명을 부여하고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무형의 실체'인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이를 그리 떠나보낸 후 웹 사이트를 통해 사후 세계와 영혼에 대해 찾아보았다. 누구도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영혼의 유무를 확신할 수는 없으나 자식을 잃은 엄마는 영혼이라도 존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큰아이와 즐겨 듣던 일본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비 오는 날 아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노랑나비, 꿈에서 엄마의 부름에 응답하는 아이의 목소리 등… 이 모든 것이 큰아이의 영혼이 엄마를 위로함이라 그리 믿고 싶다.

얼마 전 '아들 이치훈과 엄마 정은영은 반드시 다시 만나 한 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영원히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자신의 아들(BJ 故이치훈)을 따라 떠난 정은영씨의 사연을 접했다. 그녀의 절절한 슬픔과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며 '꼭 만나길. 엄마와 아들이 꼭 다시 만나 행복하길' 바라고 바랐다.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눈물이 쏟아진다. 유난히 좋아하던 가을이 이제는 어찌나 슬픈지…. 매순간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는지 새삼 깨닫는 날이다. 내 아이의 영혼은 이 좋은 가을, 더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영화 시민기자 ysbd41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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