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 시민기자 세상보기] 경산코발트광산 영령들이시여! 이제는 편히 쉬소서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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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8 16:05  |  수정 2021-12-22 07:46  |  발행일 2021-12-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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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북 경산 코발트광산 답사에 나선 경산마을학교 활동가와 학생들이 코발트광산 수평2굴을 둘러보고 있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한 식민지 수탈현장이었던 이곳은 6·25전쟁 중 우리 군과 경찰에 의해 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된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경북 경산마을학교 활동가, 학생들과 함께 경산 코발트광산 답사에 나섰다. 아픈 역사의 현장답사라 발길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오른쪽으로 백자산을 두고 삼성현로를 따라 대구한의대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테라스하우스 '샤갈의마을'이 보이고, 아래로 코발트광산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안내판을 따라 작은 길로 들어선다. 요양원 가는 길과 갈라져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니 위령탑이 서있다.

"아버지! 1950년 경인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플래카드만 바람에 흔들린다. 나무 데크로 만든 길을 따라 내려가 봤지만, 수평2굴의 철문 역시 굳게 닫혀 있다. 위령탑 앞에 준비한 과일과 술을 차려놓고 추모의 예를 올린다. 이후 유족회 이사의 안내로 수평1굴과 수직1·2굴로 향하는 일행을 뒤따라갔다.

수풀을 헤치며 찾아가니 갈림길에서 보았던 요양원 건물 바로 뒤쪽이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사유지라 둘러간 것이다. 수평1굴은 사유지에 있어 볼 수 없다고 한다. 다시 산길을 따라 수직굴에 이르니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자가 열어준 문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덮어둔 철망 사이로 내려다본 수직굴은 아찔했다. 출입통제와 안전장치가 없다면 실정을 모르는 등산객이 굴러떨어져 나올 수 없을 것 같다.

전쟁 중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현장이지만, 한때 취기 어린 젊은이들이 담력을 시험하거나 유령체험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하니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들어가 볼 수 없는 수직굴과는 달리 수평2굴은 안으로 들어가 둘러볼 수 있었다. 안전모를 쓰고 물이 흐르는 나무판 길을 따라 조심조심 걸어 들어가니 꽤 길게 이어진다. 한참 만에 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한쪽은 채광을 위한 곳이고 한쪽은 운반을 위한 길인 듯하다. 운반을 위한 길은 수직굴로 이어져 위로 연결되는 듯한데 더는 발굴이 되지 않아 막혀 있다. 천장에는 천연동굴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종유석은 보이지 않고 영령들의 슬픈 원혼이 달린 듯하다.

경산 평산동 코발트광산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개발한 식민지 수탈 현장이다. 연혁을 살펴보니 1937년 춘길광업소로 문을 열어 1944년 보국코발트광업회사로 변경, 일본군수회사로 지정됐다. 광복 직전 일본이 철수하면서 문을 닫고 방치돼 오다 6·25전쟁 중 군과 경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현장이 되었다.

굴 위쪽은 인터불고경산CC 골프장이다. 학살의 현장이었던 대원골은 골프장 아래 영원히 묻혀 버렸고, 유족의 요청으로 지금 남아 있는 현장이 겨우 보존되고 있다.

유족에 따르면 희생자 대부분은 좌익 사상이나 반공 활동과는 무관한 단순부역자나 농민이었다. 집에 있다가 코발트광산으로 끌려갔고, 밧줄로 손발이 묶여 수직갱도 앞에 세워지고 총격을 받았다. 이런 끔찍한 생지옥에서 빠져나와 옹기굴에 숨어 생명을 부지한 사람이 증언하면서 그날의 참상이 알려졌다.

최근 이곳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지금이라도 평화 추모공원을 조성해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 땅에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훈과 교육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이곳에서 반전 평화축제라도 열리면 더욱 좋겠다.

답사를 함께했던 경산마을학교 대학생 활동가와 어린 학생들이 홍보물을 만들며 홍보대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보면서 작은 희망의 싹이 움트는 것 같았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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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코발트광산 수평2굴 앞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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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마을학교 답사단이 수평2굴 내부를 탐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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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코발트광산 수평2굴 내부 모습.
수직굴
출입통제와 안전장치가 없다면 실정 모르는 등산객이 굴러떨어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수직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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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경산코발트광산에서 희생된 민간인을 위로하기 위해 건립된 위령탑 앞에서 경산마을학교 학생들이 묵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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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마을학교 학생들이 코발트광산 답사를 마친 후 시청각 자료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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