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단 가능성 있는 '당뇨발', 시작은 안 아파서 몰랐던 작은 상처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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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6 07:49  |  수정 2021-11-16 07:56  |  발행일 2021-11-16 제16면
당뇨 오래되면 신경 손상…압력 많이 가해지는 발에 염증 생겨도 고통 못느껴
감염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만으로도 효과 보지만 심하면 발 절단할 수도
당뇨환자, 편한 신발로 하루 30분 운동 필요…끝나면 상처 없는지 확인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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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발. 최근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를 본 사람이면 익숙한 단어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 중 한 명의 어머니가 당뇨의 합병증인 당뇨발로 입원했지만, 결국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게 된다.

당뇨는 완치 없이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온몸에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어 '질환보다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 중 발쪽에 상처가 생겨 발생하는 합병증이 '당뇨발'이다. 당뇨발은 제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급격하게 악화, 결국엔 다리의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당뇨발은 왜 생기나

당뇨발은 크게 신경 문제와 혈관 문제, 이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당뇨가 오래되면 신경도 손상을 받는다. 특히 압력이 많이 가해지는 발바닥에 흔히 문제가 생긴다. 압력이 가해지는 부위가 눌려 아프게 되지만, 신경이 망가져서 통증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게 되고, 상처가 지속적으로 눌려서 상처가 회복되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그만 상처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커지게 된다.

또 당뇨가 오래되면 혈관에 당이 쌓이면서 혈관이 손상을 받게 된다. 즉 발에 생긴 상처는 혈류가 공급이 되어야 회복이 되는데 혈관이 손상 받은 경우 이런 회복 기전이 망가지게 되고 염증이 심해지며 상처가 악화되게 된다. 신경과 혈관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당뇨 환자에서 평생 동안 당뇨발이 발생할 위험은 15~2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지절단의 원인 중 1위가 바로 당뇨발이다. 특히 당뇨 환자 중 당뇨 병력이 오래되고 혈당 조절이 불량한 경우,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 흡연을 하는 경우, 당뇨병성 신증이 있어 투석을 하는 경우 당뇨발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 환자를 보면 발에 감각이 떨어져 있고, 뜨거운 게 닿아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당뇨가 진행되면 가는 혈관부터 망가지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가장 가는 혈관은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인데 일반적으로 당뇨를 7년 이상 앓으면 신경으로 가는 혈관이 망가져 신경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다양한 신경증상이 나타나고 이를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라고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발생하면 먼저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겨 상처가 생겨도 고통을 느끼지 못해 발견과 치료가 늦어지고 상처가 악화되기 악순환이 된다. 더 진행하게 되면 발가락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운동신경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발가락이 구부러져 갈퀴 모양으로 변하게 되고, 걸을 때마다 변형된 발가락에 압력이 가해지면서 굳은살과 상처가 생겨 피부조직이 파괴될 수 있다.

◆갑자기 악화돼 사망할 수도

당뇨는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 속 주인공의 어머니는 당뇨발로 단 며칠 만에 숨진다. 당뇨발 환자의 경우 며칠 사이에 증상이 악화, 숨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당뇨발은 당뇨 환자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타나는 합병증 중 하나다. 당뇨발이 있으면 우리 몸의 다른 부위의 혈관에 문제 이상이 생긴 경우가 3분의 1 이상에 이른다. 오랜 기간 당뇨가 지속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고 결국 마지막으로 발생하는 합병증 중 하나가 당뇨발이다. 그런 만큼 당뇨발이 있다면 반드시 다른 합병증에 대한 검사를 해야 한다. 이런 검사를 병행하지 않을 경우 당뇨병의 만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즉 머리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뇌졸중,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손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숨을 거둘 수도 있다.

이렇게 위험한 당뇨발의 경우 상처가 깊지 않고 감염이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 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당뇨발의 경우 상처가 악화된 경우가 많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이때 시행하는 수술적 치료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혈관에 대한 치료 △감염에 대한 치료 △변형에 대한 치료로 분류할 수 있다. 당뇨발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발로 가는 혈액 순환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혈액 순환이 되지 않는 발에 수술하면 기존의 발의 상처뿐만 아니라 수술로 절개한 상처가 악화되어 발을 절단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을 시행하기 전에 발로 가는 혈액 순환 상태를 반드시 검사해야 하고 혈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혈관에 대한 시술이나 수술을 먼저 시행, 발로 가는 충분한 혈류를 확보한 다음 추가적인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당뇨발에 감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감염된 조직에 대한 '변연절제술'을 시행한다. 감염이 진행되어 정상 조직이 괴사한 경우에는 항생제를 사용하더라도 감염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뼈에 감염이 되어 뼈가 녹는 골수염이 동반된 경우에는 반드시 감염된 뼈에 대한 절제술이 필요하다. 끝으로 변형된 발에 대한 교정 수술이 필요하다. 발에 발생하는 굳은살과 족부 궤양의 발생 원인은 근본적으로 같다. 굳은살이 심해지면 두꺼워진 굳은살 자체로 인해 더 많은 압력이 가해지고, 그로 인해 굳은살 아래의 피부가 괴사하게 되고 그 주위로 감염 등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굳은살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궤양이 발생하거나 심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합병증 예방

당뇨 환자에서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다. 이 중 빠른 속도로 걷는 운동이 가장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뇨발, 즉 발에 상처가 있는 환자는 무리한 운동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또 꽉 끼는 신발을 신고 장시간 운동하면 상처 부위에 자극이 가해져 상처가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발에 상처가 없는 경우라면 사정이 다르다. 상처가 나은 다음에는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 딱 정해진 운동 시간은 없지만, 하루에 30분 정도 편한 신발을 신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 또 운동 후에 발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처가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이런 당뇨발 예방에 무엇보다도 필수적인 것은 철저한 혈당 관리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원래대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혈당을 잘 조절해 진행을 늦추거나 치명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다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자기의 발을 꼼꼼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을 꼼꼼히 살펴보고 조그마한 상처라도 있지 않은지, 굳은살이 생기진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남대병원 박철현 교수(정형회과)는 "굳은살이 있을 때 집에서 손톱깎이로 자르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당뇨가 있는 분은 절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박철현 영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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