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시력을 잃고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특별한 공연

  • 천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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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9   |  발행일 2021-12-08 제12면   |  수정 2021-11-30 08:33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공연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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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울림소극장에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주제로 시각장애인 공연이 열리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모티브로 해 시력을 잃고서 비로소 볼 수 있었던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지난 25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울림소극장에서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이 주최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는 주제의 시각장애인 공연이다.

공연은 전국 장애인 공모전에서 입상한 정연원 전 시각장애인문화원장의 수필 '곶감' 낭독으로 시작됐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력마저 잃은 자신의 삶을 곶감에 비유한 내용이다.

껍질을 벗기고 알몸이 된 감이 추위를 견디며 떫은맛을 버리고 단맛을 내며 곶감으로 변해가듯이 눈과 마음의 장애로 흠집 난 땡감 같은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남은 삶은 자신을 건사하고 이웃과 사회에 봉사하면서 잘 마른 곶감처럼 살고 싶다는 이야기다.

김현준·조순희씨의 왈츠 춤에 이어 시작된 연극은 법대에 다니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한 청년이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후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극본은 이창훈 대구시각문화원원장 등 회원의 삶을 토대로 구성됐다. 무대에 오른 배우들도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봉사자 등 모두 시각장애인문화원 회원들이다. 장애인학교 특수교육 실무원으로 일하는 추용수씨가 주인공의 젊은 시절 역할을 맡았고, 김진섭씨가 중년이 된 주인공을 맡았다.

한 관람자는 "이전에 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시력을 잃고서야 비로소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는 주인공의 대사에 가슴이 찡했다"고 말했다.

연극 중간에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악기가 되고 싶었던 나무' 등 시 낭송과 '가을밤' '사랑없인 못살아요' '500miles' 등 노래·하모니카 연주가 삽입됐는데 모두 일관된 주제로 연결됐다.

또 윤일현 시인협회 회장이 특별출연해 기타 연주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추가열의 '행복해요' 노래와 율동으로 막이 내렸다.

이창훈 원장은 "시각장애인들의 80% 정도가 연극의 주인공처럼 중도에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는다. 그동안 관람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했는데 많은 분이 응원을 보내줘 힘이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 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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