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코로나로 어려움 겪는 현장 목소리 생생히 들려줘"

  •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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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9 08:00  |  수정 2021-12-09 08:03  |  발행일 2021-12-09 제21면
[2021 달구벌 문예대전]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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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억누르고 있다. 코로나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오늘의 일상도 내일의 계획도 불투명한 현실이다.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부담은 헤아릴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에 2021 달구벌 문예대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응모주제를 '코로나 극복'으로 정하였다.

고무적인 현상은 응모작들이 전국 각지에서 고루고루 답지하였다는 사실이다. 일반부의 경우, 본심에 오른 21편의 작품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전주를 비롯해 무려 14지역에서 응모되었다. 학생부의 경우에는 강원도 어느 시 지역의 15개교 학생들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응모자의 연령과 신분, 직업도 다양하였다. 폐업 자영업자, 보건교사, 간호원, 배달원, 택시기사, 프리랜서, 임산부, 실직자, 확진자 등 코로나와 직간접으로 부딪히는 글들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에 대한 관심과 영향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며, 동시에 주최 측의 폭넓은 홍보의 결과로 여겨진다.

본심에서 대학·일반부의 경쟁이 치열하여 최우수에서 가작까지 선정된 작품들 사이에서 우열의 편차를 크게 느끼지 못하였다. 그중에서 최우수작으로 장석영(경기 남양주)의 '선한 영향력'과 안재성(전북 전주)의 '공존'을 두고 오래 고심하였다. '선한 영향력'은 '누군가로부터 기부받은 마스크 열 장에 내가 가진 마스크를 더하여 아파트 경비실에 전해 주었다'라는 화소를 중심으로 '큰 강물은 애초부터 많은 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방울의 물이 모여 줄기를 이루고, 그 줄기가 덩치를 키워 큰물을 만든다'는 선행의 원리를 주제로 삼은 수작이었다.

'공존'은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던 날, 비어 있는 가게에 앉아 한참을 울었다'로 시작한다. 이어서 전개되는 '비어 있는 매장을 보며, 비어져 버린 그들의 터전을 볼 줄 아는 사람, 타인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는 공존이 필요하다'는 폐업 자영업자의 애절함이 시대의 공감과 설득력을 크게 불러와 결국 최우수작으로 심사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학생부에서는 최우수작을 내지 못하였다. 응모주제를 '코로나19 숨은 영웅들에 대한 감사 수기 및 응모'로 미리 제시해 놓아서인지 '의료진에 대한 감사와 그 덕분에' 등의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홍성준(경기 수원)의 '우리 시대의 영웅'을 우수작으로 뽑아 올린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 작품은 "진정 아름다운 사회는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 못지않게 그 뒤에 내려 묵묵히 책무를 수행한 버즈 올드린의 위대함도 기억하는 것"이라고 하여 신선한 착상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역사적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하거나 이기게 하는 진정한 힘은 언제나 뒤편에서 고개 숙이고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가려진 영웅들이 아니었던가. 또한 가려져 있는 그들을 찾아 위로와 격려를 드리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목적과 취지가 아니겠는가.

공모전에서 당락은 심사자의 미세한 주관에 의해서 결정되는 수가 많다. 순위에 들지 못한 많은 응모작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

▲심사위원장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심사위원 정만진 소설가·조낭희 수필가·박진관 영남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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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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