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아침 일어나니 흉통에 '어질' 이런 증상 느꼈다면 응급실 찾으세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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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28 07:51  |  수정 2021-12-28 07:56  |  발행일 2021-12-28 제16면
협심증·심근경색 등 겨울에 발생빈도 높아…찬공기 노출 인한 혈압 상승 탓
관상동맥 질환자는 심하면 급사할수도…증상 발현 시 2시간 내 치료 필요
고혈압·당뇨·비만·흡연 등 동맥경화 위험인자 있을 경우 더욱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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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A(여·74)씨는 최근 아침 일찍 일어났다가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흉통과 함께 체한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식은 땀도 나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김씨는 곧바로 대구 큰 병원을 찾아 1시간 치료를 받았고 위기를 넘겼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에 비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다. 이는 따뜻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면서 인체의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말초동맥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되어 심장과 혈관 내벽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환자는 관상동맥 혈류에 장애를 가져오고 심한 경우에는 심근경색증으로 급사할 수도 있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병원을 찾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는 12만1천428명으로 2015년 8만7천984명보다 약 38% 증가했다. 급성 심근경색은 평소 뚜렷한 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와 가족을 당황하게 만든다. 특히 고령 환자일 경우 보호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슴 통증이 갑자기 30분 이상 지속되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구토, 현기증 등이 나타날 때 심근경색을 의심할 수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으로 향하는 혈관(관상동맥)이 막혀 사망 또는 심장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치료를 위한 최적 시기는 심근경색 증상이 발생한 이후 2시간 이내다.

계명대 동산병원 허승호 교수(심장내과)는 "아침에는 잠에서 깨어나면서 수면 동안 휴식하고 있던 교감신경이 항진되므로 심장과 혈관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특히 겨울철 아침에는 세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 더 조심해야

이른 아침에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거나 아침 운동 중 왼쪽이나 중간 부위 앞가슴에 통증이 발생되고 이러한 통증이 목 주위나 왼쪽 팔 주위로 퍼져나갈 경우 협심증같은 허혈성 심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특히 흡연자, 고콜레스테롤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의 동맥경화증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겨울철 이런 증상을 보일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심전도 및 운동부하 심전도검사, 부하심초음파 등의 검사를 해봐야 하고 결과에 따라 관동맥조영술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증상이 있는 환자도 심전도 소견이 정상일 수 있는 만큼 심전도 검사만으로 병의 중증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날 음주 후 이른 새벽에 가슴 통증이 자주 발생하나 심전도나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는 경우 변이형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어 흉통이 있을 때의 심전도 혹은 24시간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는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떨어지면 체내에서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혈압이 더욱 상승해 위험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가 심하면 혈압이 많이 올라갈 때 혈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할 수 있어 뇌출혈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평소 전문의와의 상담 및 정기적인 혈압 측정, 엄격한 생활 습관 조절과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대동맥 박리증의 경우 극심한 흉통이 등 쪽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반드시 응급실을 방문해 급성 심근경색증과 감별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심전도, 흉부 X선, 컴퓨터 전신화 단층촬영 같은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만큼 찬 공기에서 가벼운 산책이나 아침운동 중 호흡곤란이나 가슴이 답답함을 느낄 때 심장 전문의와 상의하고, 필요하면 심장기능 평가를 해야 한다.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드물지만 급성 폐 부종까지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심한 운동 삼가야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돼 이른 새벽 화장실에서 실신이나 어지럼증 및 의식 소실이 있었다면 뇌혈관 질환이나 미주신경성 실신 등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신경과적 검사인 뇌혈관 단층 촬영이나 자기공명 촬영(MRI), 심전도, 24시간 심전도, 기립경사도 검사 등의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겨울철에 유난히 더위를 느끼면서 몸무게 감소 및 불규칙적인 심박동, 손떨림 등이 동반될 경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의심되는 만큼 갑상선 기능 검사 및 심전도, 24시간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 추운 겨울 아침에는 인체의 혈관 및 신경계에 여러 변화가 초래되는 게 일반적이다.

허 교수는 "과거에 심장병이 있었거나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을 가진 환자와 노인, 흡연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하며 가슴 통증이 있는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면서 "겨울철에는 가급적 심한 운동을 삼가고 평소에 아침 산책과 같은 운동을 해왔던 사람도 옷을 충분히 입고 운동하며 운동량도 여름철보다 줄이고 과음과 흡연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허승호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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