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충전 골목길 여행지,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

  •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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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5 10:12  |  수정 2022-03-25 10:16  |  발행일 2022-03-3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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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초등학교 심찬양 그래피티 작품<안동시 제공>

경북 안동에 발길 닿는 곳마다 따스한 글귀가 마음을 울리고 아름다운 벽화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골목 여행 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데, 바로 '신세동(성진골) 벽화마을'이다.

이곳은 영남산 중턱에 오순도순 집을 지어 정답게 살아가는 마을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당시 문화관광부의 '마을 미술 프로젝트'사업에 안동대 예술팀 '연어와 첫 비'가 선정되면서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새로운 미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낡고 구석진 언덕배기 달동네가 예술의 옷을 입고 관광명소가 된 것이다.

2015년 들어선 도시재생 활동가 등 재능있는 청년들이 마을에 자리 잡으며 벽화가 더 그려지고, 할매네 점빵에다 주차장과 마을 전망대도 설치됐다.

청년 2~3명이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나무 공방·직조 공방·간식 쿠키 공방 등 10여 개의 공방이 운영될 정도로 성장했다.

동부초등학교부터 성진골 주변 골목골목마다 주택 외벽·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조성된 공공미술 벽화와 조형물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면 동부초등 벽면에 푸근하고 따뜻한'복덩이 할머니' 가족 벽화가 미소로 환영한다.

반대 벽면에는 직경 11m의 이색적인 대형 벽화도 눈에 띈다.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씨가 2019년에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소재로 그린 작품이다.

마을 중심부에는 할매네 점빵이 자리 잡았다. 원래 할머니가 직접 만드는 간단한 먹거리와 간식류를 팔았는데, 지난해 4월부터 직물 아티스트 예술 공방으로 변신했다.

여기선 직조 공예 작가와 함께 직조 베틀, 코바늘 뜨개, 양말목공예 등 다양한 공예 체험이 가능하다.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옷을 가장 잘 입고 멋을 부린다는 '멋쟁이 아저씨''줄을 잡고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맨' 벽화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줄 타는 고양이''오줌 누는 개' 등으로 이름을 붙인 우스꽝스러운 조형물도 눈에 띈다.

감성적인 글귀가 새겨진 난간을 따라 더 올라가면 한옥 스테이·예술 공방 등이 숨어있다.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면 전망대로 불리는 곳에 '다시 여기서'라는 북카페가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마을 정체성이 정점을 이루는 곳이다. 카페 사장님은 '뚜비 아저씨'로 불리는데, 1997년부터 2001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꼬꼬마 텔레토비'의'뚜비' 성우로 활동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미술관을 크게 운영하던 '뚜비 아저씨'는 안동으로 우연히 여행을 왔고, 이곳 노을 진 마을 경치를 보고 반해 바로 집주인을 수소문해 계약했다고 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본다는 마음으로 '다시 여기서'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북카페에는 신간 위주로 추천도서를 진열해뒀고, 직접 큐레이션 한 텔레토비 책도 보인다.

이제는 고가의 희귀품이라는 못난이 인형, 셔터 소리가 일품이라는 필름 카메라, 작품에 가까운 냅킨과 애장품들까지 벽면을 빼곡히 채웠다. 한켠에는 동네 어르신들과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이 붙어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의 핵심은 먼저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주민들의 의지다. 지역 주민과 협업하고 소통해 더욱 살기 좋은 동네이자, 안동의 대표적 관광명소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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