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재미 더하는 K웹툰 올해도 '레벨업'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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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4 07:44  |  수정 2022-04-14 07:51  |  발행일 2022-04-14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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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이 새로운 한류 장르로 눈부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 내에서의 확장을 넘어 기술과 융합된 웹툰으로 거듭나며 전 세계 만화 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지형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한국 웹툰만이 지닌 이야기 경쟁력과 높아진 IP 가치 등이 주효하게 작용한 덕이다. 웹툰과 다른 콘텐츠들의 연계, 다른 산업계와의 조우가 지난해 키워드였다면, 플랫폼 자체를 수출하고 보기 드문 새로운 콘텐츠 모델을 제시한 올해는 글로벌 생태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융합'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韓 웹툰 플랫폼 76개국서 수익률 1위
픽코마 결제액은 모든 앱 중 6위 기록
한류 新장르로 떠오르며 쾌속성장 속
무빙툰 이어 음향·배경음악·더빙 삽입
증강현실 접목 등 기술융합 확장 활발
"영화·게임·메타버스 연계 염두에 둔
블록버스터급 기획 웹툰 등장도 기대"


◆대세 플랫폼으로 성장한 웹툰

한국 웹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창의적인 소재와 차별화된 전개 방식에 있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액션과 로맨스, 판타지 같은 익숙한 장르는 물론이고 환생과 같은 동양적인 소재, 레벨업과 같은 게임적 소재 등이 해외 독자나 콘텐츠 소비자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웹 콘텐츠의 속성상 현재 사람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트렌드와 욕구를 잘 포착해 빠르게 이야기에 적용하는 방식 역시 다른 여타 장르에 비해 트렌디하다.

이는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시장 조사업체 'data.ai(구 앱애니)'가 조사한 구글 플레이 만화부문 앱 순위를 보면, 국내 웹툰 플랫폼이 97개국 중 76개국에서 수익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국내의 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13년 1천500억원에서 2019년 1조원으로 6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 웹툰의 해외 진출 성과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 만화의 본고장 일본이다. 일본 현지 법인 카카오 재팬을 통해 2016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웹툰 플랫폼 '픽코마(Piccoma)'는 2021년에 앱 다운로드 수 3천만건을 넘겼으며, 누적 거래액은 10억달러(약 1조1천800억원)에 달한다.

주목할 건 이 거래액들이 일본에서 창출된 것임에도 픽코마는 지난 한 해 동안 전 세계 앱을 통틀어 6번째로 많은 이용자 결제액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결제액 1위가 틱톡, 2위가 유튜브와 같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콘텐츠 앱들이며, 6위인 픽코마 바로 아래에 글로벌 OTT 플랫폼인 HBO맥스나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 등이 위치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웹툰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인지도와 인기를 형성한 킬러 콘텐츠는 존재한다. 2018년 연재를 시작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전 세계에서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한국 웹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요인 중 글로벌 OTT에 유통되는 콘텐츠 중 세계적으로 흥행한 한국 작품의 원작이 웹툰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킹덤' '스위트홈'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이태원 클라쓰' 등 넷플릭스에서 성공한 국내 콘텐츠 중 상당수가 웹툰 IP를 활용한 작품들이다. '무빙'과 'Dr. 브레인' 역시 각각 디즈니+와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되는 등 글로벌 OTT들의 콘텐츠 수급 전쟁에서 한국 웹툰이라는 소스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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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마주쳤다'의 광고 이미지. 독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으면 독자를 닮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나로만 즐기는 콘텐츠는 없다

웹툰은 사실 기술과 만화 간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을 적용하여 디지털 기기에 최적화된 만화 방식을 개발했고, 현재도 다양한 신기술 적용을 시도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웹툰에서는 음향이나 배경음악이 담긴 웹툰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성우 더빙을 비롯해서 인물의 대사를 모바일 메신저처럼 나열하는 서비스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모바일이 MZ 세대를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의 주된 통로가 되고,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행태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증강현실(AR) 기술 역시 시도가 활발하다. 2016년 연재된 단편 시리즈 '폰령'에서는 등장인물이 한 명씩 목격하는 귀신 캐릭터가 AR을 통해 독자 바로 앞에 나타나는 효과를 연출했다. 또한 2017년 연재된 하일권 작가의 '마주쳤다'에서는 독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으면 AI 기반으로 독자를 닮은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했다.

카카오웹툰은 지난해 8월 오픈과 함께 '평면 디스플레이 시대 가장 진보한 플랫폼'을 선언했다. 다양한 디바이스의 변화에 맞춰 웹툰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인데,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무빙툰이나 컷툰 등의 형식은 물론 한때 네이버웹툰이 시도했던 스마트툰, 그리고 2017년 연말 내놓은 '마주쳤다' 등 AR 기술을 활용한 시도들이 이뤄졌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2021년 영화 '승리호'의 성장이 보여준 세계관 공유의 가능성 역시 주목되는 지점이다. 홍작가가 그러낸 '승리호' 웹툰과 넷플릭스가 판권을 구매해 선보인 영화 '승리호'가 서로 연계되며 시너지를 보여준 만큼, 기획단계부터 웹소설, 웹툰, 영화, 드라마는 물론 게임, 메타버스를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짜는 블록버스터급 기획물의 등장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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