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빨리빨리

  • 조응천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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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5   |  발행일 2022-04-25 제25면   |  수정 2022-04-2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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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시간은 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생도 알 정도로 유명한 미국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압축적인 성장을 겪으면서 사회 구석구석, 아니 우리 생활 깊숙하게 시간을 아끼면 돈이 된다는 문화와 습관이 배어있다. 누구나 커피자판기에서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손을 넣어 '앗 뜨거워'라고 외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정도 아닌가?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나라 경쟁력의 뿌리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 인터넷 속도, 빛과 같은 업무 처리 속도, 신속배달, 눈 깜빡할 사이에 지어지는 초고층 빌딩까지도 말이다.

공기(工期)단축은 건설산업에 있어서는 막강한 경쟁력이다. 시간은 수익과 직결되므로, 공기를 줄일 수 있으면 경쟁사보다 낮은 금액으로 수주가 가능하다. 그래서 적법하게 안전규정을 다 지켜가며 공기를 단축하는 것은 그 자체가 기술력의 지표이기도 하다. 반대로 무리한 공기단축에는 건설근로자와 국민의 안전사고, 각종 불법과 편법 등의 문제가 따른다.

지난 1월 광주 화정동에서 발생한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사 기간을 앞당기라는 무리한 지시 때문에 기본적인 공정(工程)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속도를 냈다는 현장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다. 결국 구조물은 처참하게 붕괴되었고 무고한 근로자 6명이 사망했다.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 9명이 사망한 광주 학동사고가 발생한 지 7개월 만이었고, 공교롭게도 학동 대책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날이기도 하다. 건설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회와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또 마련했다. 2017년 이후 총 12차례 대책을 냈고, 관련법들을 손보며 이중삼중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사고가 날 때마다 임기응변(臨機應變)식으로 제도를 보완하다 보니 건설사고 사망자는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전체 산재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한다.

건설공사 전 과정을 일일이 법에서 규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근본적인 원인부터 파악하고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안전과 시간을 비용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건설업은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 다양한 건설주체들이 참여한다. 주체별로 안전 책무를 부여하고 충분한 공사기간과 비용을 보장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이 그동안 건설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세계에 자랑하는 선진 건설기술을 보유하고서도, 대한민국에서 후진국형 참사가 계속 일어나는 이유이다.

안전책무를 위반했을 때 부과되는 제재가 사고예방 비용보다 크고 무섭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광주 학동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시로부터 총 1년 4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중 8개월은 과징금 4억원으로 대체했다. 9명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가 4억이라니, 분통 터질 노릇 아니겠는가? 과연 제재 수준이 업계에 얼마만큼 부담을 주고 있는지, 경종을 울릴만한 수준인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과정에서 건설공사 안전 관리체계의 개선을 위하여 건설사업 참여자별 안전관리 책임 및 역할 분담 강화, 적정 공사비 확보와 충분한 공사 기간 보장, 감리자의 감리권과 공사 중지권 보장을 공약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담은 '건설안전특별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지금 빨리빨리 해야 할 일은 입법이다. 자~빨리빨리!
조응천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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