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의 세상보기] "장애인 사회도 권력층 있다…그 현실 보여주고 싶었다"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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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9   |  발행일 2022-06-08 제12면   |  수정 2022-06-08 07:10
영화 '복지식당' 정재익·서태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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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복지식당' 포스터. 정재익 감독 제공

잘 살아있다는 인사를 동네 담벼락에 피어나는 장미처럼 해야 하는 가정의 달 5월, 온 가족이 모여 국가가 무엇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복지식당'이다.

이 영화는 사고 후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속 재기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의학적인 소견만으로 낮은 등급을 받아, 활동 보조 서비스, 장애인콜택시 등 을 제공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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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복지감독' 제작진과 출연진. <정재익 감독 제공>

이 영화가 뜻깊은 이유는 장애인 영화감독 정재익(50·제주) 감독과 비장애인 영화감독 서태수(49·제주) 감독의 공동 작품이다.

2018·2019년 한 장애인 단체 요청으로 장애인 영화 제작 워크숍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서 감독이 기억하는 정 감독의 첫인상은 참여자 중 유난히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영화에 대한 애정을 공유했다. 살아가는 이야기에 서로의 매력을 주고받아 영화 한 편을 제작해보기로 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건 정 감독의 삶 그 자체였다. 간호사로 일하던 정 감독은 2010년 교통사고 탓에 장애의 삶으로 지내고 있다.

'복지식당'이라는 제목부터 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가는 패턴을 말하고 있다. 정 감독은 "장애인의 생활공간은 대부분 집, 복지관, 식당이다. 영화에서 모든 사건이 식당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복지국가'라고 지으려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춰 볼 때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의 역설적 표현"이라 전했다.

일부 장면을 빼고 모두 정 감독의 실제 생활영역에서 촬영했다. 건강 상태 탓에 장시간 이동과 촬영이 어려운 탓이다. 촬영지를 옮길 때 리프트가 설치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했는데, 차량 배차가 늦어져 촬영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두 감독은 "영화의 배경과 장애인이 요구하는 목소리가 맞닿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 감독은 특히 "투쟁이 반복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장애인의 외침은 조금 더 편해지자고 내는 목소리가 아니라 생존의 외침"이라고 말했다. 또 "투쟁의 보상이나 대가로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7일 대구 독립극장 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열린 '복지식당' 감독과의 대화에서 극 중 고병호 역을 맡은 임호준 배우가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임씨는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동권이 장애인에게는 투쟁요소가 되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고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복지식당은 장애인 사회의 위계를 보여준다. 정 감독은 "장애인 사회도 비장애인의 사회처럼 권력층이 있다. 그 사회에서 착취 당하는 장애인 세계의 진실한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장애인 고용·의료·교통약자 서비스 등 다양한 제도와 복지사업을 이용한 착취와 폭력이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현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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