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낳는 학교시험, 교육방식 개선이 필요하다

  • 노인호
  • |
  • 입력 2022-06-20 07:04  |  수정 2022-06-20 07:13  |  발행일 2022-06-20 제12면
중·고교 수학교육 달라질 수 있을까
2022061901000547900022501
2022062001050007056.jpg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 교육 방식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학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보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수업 내용보다 어렵게 출제되는 시험 문제에다 시간 내에 풀어내는 것에 집중하는 탓에 학년이 높아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국회의원과 함께 '수학 내신 평가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학생 10명 중 7명 이상, 고등학생 10명 중 9명 가량이 "수업에서 배운 것보다 어려운 학교 시험이 수학포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월1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내 중학교 40개교, 고등학교 50개교(외고, 자사고, 국제고 포함)에 재학중인 학생 4천758명(중학생 2천407명, 고등학생 2천351명), 학부모 3천136명(중학생 학부모 1천814명, 고등학생 학부모 1천322명), 중·고등학교 수학교사 194명(중학교 수학교사 74명, 고등학교 수학교사 120명)이 참여했다.


중·고교생 81.2% "학교 수학시험이 수학포기자 발생에 영향 준다"
수업 내용보다 과도하게 어렵고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단 의견도 다수
시민단체 "학생 성장 평가보단 변별력에 치중한 시험이 문제 원인"
수학학습 동기·사고력 높이는 평가방안 마련해 수포자 해결 촉구



◆수업보다 어려운 시험 문제 탓에 수학포기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수학시험이 수학포기자(이하 수포자)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설문에 참가한 중·고등학생 4천758명 중 3천865명(81.2%)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학부모 3천136명 중 2천15명(64.3%)도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중학생의 비율은 74.2%(2천407명 중 1천786명), 고등학생 비율은 88.4%(2천351명 중 2천79명)로 조사됐다.

이렇게 학교 수학시험이 수학포기의 원인이 되는 이유로 학생들은 변별력 탓에 수업에서 배운 것보다 수학시험 문제를 어렵게 제출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설문에 참가한 학생의 60.5%(중학생 45.1%, 고등학생 76.2%), 학부모의 63.4%는 "학교 수학시험에 출제된 문제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보다 과도하게 어렵기 때문에 수학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이런 학생과 학부모들의 판단에 교사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수학교사 10명 중 6명 이상(64.4%)도 "변별력 때문에 가르친 내용보다 더 어렵게 낼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이 수업에서 가르친 내용보다 어려운 문제 또는 배우지 않은 내용을 학교 시험 문제로 출제한다면 학생들은 수학을 포기하거나,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시민단체 측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보면, 중학생 81.5%와 고교생 90.5%, 학부모 90.7%는 "학교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수학 교사의 68.6%도 "사교육이 학교 시험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여기에다 현재 수학시험 형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수학시험의 형태에 대해선 중·고등학생 75.4%와 학부모 75.3%는 "학교 수학시험이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수치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시험의 수포자 발생에 영향을 주느냐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고등학생의 비율은 중학생보다 14.2%포인트, "학교 수학시험이 배운 내용보다 과도하게 어렵다"는 항목에서는 31.1%포인트,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에만 몰두하게 만든다"는 19.4%포인트, "수학시험 대비를 위해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시민단체와 국회의원실은 이러한 응답 차이의 원인이 '대학입시'에 있다고 진단했다. 학교 시험이 배운 내용보다 과도하게 어렵다는 질문에 고등학생의 응답률이 중학생보다 31.1%포인트 높게 나왔다는 것은 대입에 가까워질수록 수능시험 등에 대비하기 위해 시험 문제도 과도하게 어렵게 출제하는 경향이 덩달아 높아지게 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험이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나열하고 더 잘하고 더 우월한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되면서 학생들 간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만들고, 변별과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은 평가의 본질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수학 공부의 고통과 부담감만을 안겨주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시민단체 측의 분석이다. 시민단체 측은 "평가의 목적은 성장을 위한 진단이어야 한다. 그런 만큼 대학입시 및 수학능력시험, 학교 내신 시험은 학생 성장을 위한 진단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개선을 위해 교육부는 변별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시험 및 입시 제도를 개선하고,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평가기준을 제공해야 한다고 이들은 요구했다. 또 평가에서 교육과정 평가기준이 활용되기 위한 주기적인 연수 방안을 마련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수학 책임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시민단체 측은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에 △변별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시험 및 입시 제도를 개선, 수학 평가 개선을 통해 수학 학습 동기와 수학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평가 방안을 마련해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내모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 △수업하기 전에 먼저 학생들에게 평가 기준을 안내해 무엇을 평가받는지,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학생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것 △공교육정상화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학교 시험 대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수학 책임 교육 실천 등을 요구했다.

시민단체 측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교육분야의 국정 목표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과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배운 것보다 과도하게 어려운 학교 시험과 살벌한 대입 경쟁으로 초등·중학생들도 수포자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방치한다면 앞서 언급한 윤 정부가 국민 앞에 공표한 국정과제는 사상누각에 불과한 만큼 학교 수학 평가를 개선해 수포자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