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우리아이 혹시 음치일까요?…"선천적 음치 아닐 경우 교정 가능…악기연주 도움"

  • 노인호
  • |
  • 입력 2022-06-27 07:09  |  수정 2022-06-27 07:10  |  발행일 2022-06-27 제13면

2022062601000751500030921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성부를 나눠 리코더 연주를 하고 있다. 자녀가 박자와 음정을 잘 맞추지 못하는 경우라면 리코더 등 악기를 통해 음악성을 길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아이가 노래를 하는데 무슨 노래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음정을 높여서 부르라고 하면 목소리만 더 커지는데 혹시 '음치'인가요. 고칠 수는 없는 건가요." 음악을 들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TV에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아이들은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곤 한다. 문제는 TV에서 나오는 노래와 우리 아이가 부르는 곡이 전혀 다를 때다. 이럴 때 부모들은 아이가 '음치'가 아닐까 걱정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노래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적지 않은데 자녀가 음치라고 생각될 경우 부모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말로 우리 아이가 음치인지, 그렇다면 자녀의 음정과 박자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음감 발달은 청각에서부터 시작
클래식 청취 등 음악태교부터 출발
물건 두드리기·춤 등 신체 표현
리듬감 키우고 정서안정에 도움
사춘기 징후 변성기는 음치와 무관
리코더 합주도 음악성 강화에 효과

Q:우리아이가 '음치'인지 어떻게 구별하나요.

A:단순하게 노래 부를 때 음정이 오락가락한다고 해 반드시 음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학술적인 의미에서 귀나 발성기관에 문제가 있다면 절대로 고칠 수 없는 선천적 음치이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흔히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을 통칭해 음치, 박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선천적인 음치는 음의 변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옆에서 두 음을 들려주고 어느 것이 높은음인가를 물으면 맞히지 못한다거나 옆에서 음을 들려주어도 그 음을 따라 하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를 때, 아동의 음역 대와 맞지 않는 곡일 경우에는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하는 것이 매우 힘들고, 음정이 오락가락하는데 이것만으로는 음치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변성기를 지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도 목소리의 변화로 인한 자신의 소리 변화를 음치가 되어 가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변성기와 음치와는 무관합니다. 다만 변성기 때 무리하게 목을 쓰면, 변성기 후에 음치나 마찬가지로 될 수 있다고도 합니다. 성대가 한창 성장하는 시기인 어릴 때는 음을 억지로 내거나 큰 소리를 지르는 것 등은 성대에 무리를 주어 쉽게 망가지게 합니다. 그리고 평소 목소리도 이상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신체적 조건에 의한 선천적인 음치가 아닐 경우에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음치와 박치는 교정이 가능합니다. 다만 개인의 음악적 경험과 노력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Q:우리 아이의 음감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집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A:음감의 발달은 청각에서 시작합니다. 그 출발점은 좋은 음악을 많이 듣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태교 음악의 중요성은 예로부터 익히 들어왔던 말입니다. 태교 음악은 태아의 지적, 정서적인 발달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청각 기능의 발달은 말과 언어의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태아는 자궁 속에서 40dB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고, 이때 들었던 것들은 출생 후에도 기억할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출생 후에도 아이들에게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바이올린 협주곡이 아이들의 두뇌 회전을 활발하게 해 주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해 준다는 연구들이 많습니다. 그 외에도 바흐 음악이나 낭만주의 음악, 특히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나 차이콥스키의 발레 음악 '호두까기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은 디즈니 만화 등에도 많이 인용되어 아이들이 자라는데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해 주고, 청소년이 되어서도 이런 음악을 다시 들으면 제목은 기억 못 해도 친근감을 가져 IQ뿐만 아니라 EQ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꼭 클래식 음악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 음악도 좋고, 만화 주제가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그것을 따라 부르거나 노래에 맞추어 주변의 물건을 두드리거나 몸으로 춤을 추는 것 등을 통하여도 충분히 음감과 리듬감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음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그것을 노래로 또는 악기로, 신체 표현으로 마음껏 표현하게 하는 것 자체가 음악의 출발점이 됩니다.

Q:악기를 가르치면 좀 나아질까요.

A: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든지 연주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악기가 바로 '리코더'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지도하고 있는 이 리코더는 교육용 악기를 매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운지법이 매우 간단하고, 다양한 곡들을 자유롭게 독주, 중주 혹은 합주하기에 매우 유용한 악기입니다.

음악 시간에 노래 부르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5, 6학년 아이들의 경우에 리코더를 사용한 독주와 중주, 합주는 음악적으로 매우 효과가 있습니다. 혼자서 조용히 리코더 독주를 하면서 자신만의 감정으로 곡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목소리로 표현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나를 표출하는 도구가 됩니다. 여기에 성부를 나눠 리코더 중주나 합주를 하는 것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함께 화합하고 맞춰가는 음악적 하모니와 배려를 경험하는 좋은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으로 어렸을 때부터 음감을 길러주기 위해 많은 악기들을 가르치는 부모님들도 있지만,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이 리코더의 위력을 절대 얕보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리코더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음악성을 길러 줄 수 있습니다.

Q:가정에서 리코더를 지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나요.

A:코로나 상황 때문에 학교에서도 리코더와 같은 관악기를 거의 잘 지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가정과 연계해 지도할 수 있는 교육용 앱을 소개해 드립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앱스토어에서 '리코더온교실'을 검색하고 앱을 설치하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코더의 역사에서부터 기본 운지법, 쉽고 간단한 곡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단계를 높여가면서 전체 곡이 악보로, 또 반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연주를 녹음, 녹화해 들어볼 수도 있어 연주실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리코더 노래방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자녀의 수준에 따라 가정에서 조금씩 지도해 주신다면 학생들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리코더를 연습할 수 있고, 부모님과 함께 리코더 2중주 또는 가족 리코더 합주를 하며 온 가족이 함께 음악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이주영 대구왕선초등 교사

기자 이미지

노인호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