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고 '사제동행' '부모동행' 인문학 오딧세이…"우리 학교는 교장쌤이 인문학 강사이자 현장 가이드예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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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4 07:19  |  수정 2022-07-04 07:22  |  발행일 2022-07-04 제12면
2년여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축된 사회적 관계 회복·인간성 함양 교육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며 가르친다" 이대희 교장 특강후 자유토론까지
부모 함께한 역사문화 체험프로그램도 진행…참가팀 추첨할 정도 인기
9일 경주·9월쯤 경남 창녕 송현동 고분 돌아보는 인문학 오딧세이 예정
대구 달서고의 인문학 오딧세이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 달서고 제공>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청소년활동원이 4월9일부터 5월15일까지 대구경북을 포함한 17개 시·도의 12∼19세 청소년(초등 5학년∼고등 3학년, 그리고 학교밖 청소년) 69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학생은 신체 변화, 고등학생은 스트레스 증가로 가장 힘들었다고 답했다.

이렇게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에서도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면 수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면서 친구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이후 코로나19에 맞설 수 있는 백신 등이 개발되면서 대면수업이 조금씩 회복됐지만, 쉬는 시간에도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상황은 이어졌다.

이렇게 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사회적 관계 회복과 인간성 함양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최근 들어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부모 등의 관계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대구 달서고가 진행하고 있는 인문학교육프로그램도 이런 움직임 중 하나다. 특히 외부 강사 대신 현직 교장이 직접 강사로 나서 학생과 학부모 등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 명소를 돌아보는 살아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장이 직접 진행한 인문학 특강

대구 달성군 하빈면 달서고는 지난 5~6월 '인문학에 길을 묻다'를 주제로 인문학 특강을 진행했다. 특강은 1~2학년, 그리고 3학년 2개 팀으로 나눠 2시간 동안 이어졌다. 또 강의가 끝난 후 학생들과 인문학 주제에 관한 자유 토론 시간을 통해 창의 융합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인문학 특강에 참가한 이 학교 2학년 김모군은 "평소 인문학이면 무조건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제대로 책 한 권 읽어볼 엄두가 안 났었다. 그런데 인문학 강의를 통해 좀 더 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번 인문학 특강의 경우 기존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인문학 특강 진행을 위해 외부 전문강사가 아니라 이 학교 이대희 교장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는 점이다.

이 교장은 "우리는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관심과 격려 속에서 새로운 인재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는 만큼 교장부터 솔선수범하게 된 것"이라면서 "또 제가 직접 강사로 나서게 되면 뜻있는 교사들이 특강을 이어서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되면 학교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가 높아져 더 좋은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학기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두 번째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움직임 이후 이 교장의 바람대로 교사 독서동아리가 만들어졌고, 내년부터는 교사가 강사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학부모도 참여한 인문학 오딧세이

달서고는 지난달 11일에는 인문학 오딧세이 행사를 진행했다. 인문학 특강이 교실 내에서 이뤄졌다면 인문학 오딧세이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자연과 환경, 문화, 생태 역사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학교 측에 따르면, 올해 처음 시도하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총 35개팀이 지원했고, 학교에서 28개팀(56명)의 참가자를 추첨해 선정했을 정도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높았다.

인문학 오딧세이 행사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구 달성군 육신사~구봉산~하목정~성주 성밖숲~한개마을을 거치는 코스에서 자연경관을 즐기면서 이 교장이 진행하는 문화 유적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평소 잘 알지 못한 우리 고장 문화 유적지의 유래와 나무와 꽃 등 여러 식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학교 측은 안전한 행사 진행을 위해 지난 5월27일 부모와 학생으로 구성된 참가자와 인솔교사가 모여 발대식도 갖고, 안전교육과 응급대처법 등에 대한 수업도 펼쳤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1학년 한 학생은 "산을 걸을 때 상쾌했고 아버지와 이런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함께 땀을 흘리며 걷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고, 이 학생의 아버지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같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이런 시간이 있어 정말 좋았다. 아들이 덩치만 큰 게 아니라 마음도 같이 커가고 있다는 걸 느껴 기분이 좋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학교 측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행사 이후 달서고 홈페이지에는 자녀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부모들의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홈페이지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사제지 간, 부모님과 아들딸들과 함께 손잡고 이러한 추억을 만들겠는가. 좋은 추억 만들게 해주신 교장 선생님 이하 부장 선생님들, 각 반 담임선생님들, 같이 참여해 주신 부모님들·아들딸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말에 학원도 가야 하는 상황이고, 3번이나 빠진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안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제동행, 부모동행이라는 말에 이런 기회는 없을 듯해 신청했다. 기숙사에 들어간 아이와 자주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벌써 다음 경주편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경주 계림, 반월성, 황리단길 일대를 돌아보는 인문학 오딧세이 두 번째 행사는 오는 9일, 경남 창녕 송현동 고분과 교동고분군 일대를 돌아보는 세 번째 행사는 9월쯤으로 예정돼 있다.

달서고 이대희 교장은 "이번 프로그램이 선현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문화유적 답사를 통해 내 고장 대구경북에 대한 애향심을 기르고 바쁜 일상 속에 소원해진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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