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늙어가는 도시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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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0   |  발행일 2022-07-20 제27면   |  수정 2022-07-20 06:44

오전 7시.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도시 곳곳에는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근로자들이 곳곳에 모여 있고 인력사무소 앞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터로 데려다줄 교통편을 기다리고 있다. 나이가 든 어르신들도 곳곳에 서 있거나 건물 앞 계단에 앉아 있다. 이들 어르신은 오전 8시30분이나 돼야 문을 여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일찌감치 줄을 서는 사람들이다. 자칫 환자가 몰리는 시간에 병원을 찾았다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북 문경시는 인구소멸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1986년 문경군 점촌읍이 점촌시로 승격했고 1995년 점촌시와 문경군이 통합해 지금의 문경시가 됐다. 16만명이 넘던 인구는 절반 이하인 7만명을 겨우 지킬 정도로 줄었다. 시 승격 36년밖에 안된 청장년 도시지만 실제 사회구조는 급속한 초고령화로 도시의 명맥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 됐다.

출근길 풍경은 일부나마 생산적이지만 길옆에 붙은 광고물의 상당 부분은 도시의 고령화에 따라 '낮 동안 부모님을 돌봐 드립니다'와 같은 노인 관련 내용이다. 성업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 노인복지시설이다.

이른 아침마다 어르신들이 병원 앞에 모여 있는 것을 보면 예약제를 운영하지 않는 병원 측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예약과 관계없이 막무가내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을 것은 예상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정착된다. 지금도 환자가 많은데 구태여 편리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영업에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안 된다. 나이 든 환자들은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다. 그들은 모두의 부모이기도 하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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