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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도체 인력 육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을 독려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고, 지방대 육성 또한 110대 공약에 포함된 중요 의제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정책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반도체 인력 육성에 치중한 나머지 망국적 수도권 집중을 완화할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지방대 육성을 등한시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하는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쳐 비수도권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반도체산업 규모 확대로 10년간 신규 인력 수요는 12만7천명으로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인재 양성을 위해 정원제도 및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방침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비수도권 구분 없이 반도체 인재 양성 역량이 있는 모든 대학의 정원 증원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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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수도권·비수도권 관계없이 반도체 인력 양성과 관련된 대학의 정원을 늘리고 지방대에는 재정지원을 좀 더 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비수도권 대학은 정책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지방대 몰락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 육성에 성공할지는 몰라도 지방대 몰락으로 인한 지방소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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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자료에서도 반도체 전공 학생(구직자)의 수도권 쏠림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선 균형발전 방안 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2021년 산업기술인력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 인원 중 90.3%가 299인 이하 중소기업이고, 구직자들은 지방근무 자체를 기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기업이 진공청소기처럼 반도체 인력을 채용해 중소기업 인력난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지방대의 반도체 인력 육성 확대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인력 수급 부족을 이유로 수도권 대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정원 늘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수도권 대학의 의도를 교육부가 용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부 고위 관리의 반도체 수요조사 결과 발표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지방 13개 대학은 국립대 중심으로 수요조사를 하고, 전국 대학 가운데 40개 대학만 조사한 뒤 '수도권은 14개교가 1천266명, 지방은 13개교가 611명 증원 의향'이라고 발표해 마치 지방대가 반도체 학과 운영에 소극적이어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가 불가피한 것처럼 인식하도록 했다.
파장이 커지자 교육부는 지난 20일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비수도권의 반발을 숙지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대 육성' 공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반도체 인력 육성'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지난 정부에서 당연시 해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50대 50 배분' 정책은 현 정부의 '지방대 육성' 취지에 맞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는 수도권 정원은 동결하고 지방대 중심으로 반도체 인력을 육성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도권은 학부 정원을 줄이고 대학원 정원을 늘려 국가거점국립대와 함께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지방대 중심으로 전문학사 인력을 양성하는 등 반도체 인력 육성과 지방대 육성이라는 두 목표를 조화시키는 정책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백 번을 양보하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1대 지방대 2' 비율은 돼야 윤석열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를 의심치 않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이 동일 비율로 전체 정원을 감축하는 등의 관리계획도 세워야 한다.
만약 교육부의 이번 반도체 인력 육성과정에서 지방대 홀대가 현실화한다면 윤석열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이나 '지방대 육성' 공약을 제대로 이행할 의지가 없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지방정책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게 지방민의 바람이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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