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구미 경제계의 최대 화두는 '반도체'다. 지난 3월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SK실트론이 1조495억원을 투자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한다며 신호탄을 쐈다. 이어 지난 6월 LG이노텍이 구미 투자액 1조4천억원 가운데 4천130억원을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 신설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의 연이은 반도체 투자 발표에 구미지역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태다. 대기업의 '탈(脫)구미' 현상 등으로 수년간 침체한 구미에 '4차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기자도 그 점에 주목하고 구미의 반도체 경쟁력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구미산단 내 반도체 관련 기업은 총 123곳이며, 종사자 수는 8천200여 명이다. 구미산단 근로자의 10%를 차지한다. SK실트론·삼성SDI(소재 부문)·LG이노텍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원익큐엔씨·KEC·매그나칩반도체 같은 중견기업도 많다.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제조 인프라도 탄탄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1일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에 구미는 쏙 빠졌다. 반면 경기도 평택·용인은 수차례 언급됐다. 그러자 구미 등 지방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동안 구미는 굵직한 정부 사업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9년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도전했지만 용인에 밀려 실패했다. 이어 2020년과 올해 정부의 방산혁신클러스터 공모사업에 도전했지만 두 번 모두 탈락했다. 수출 도시로 반백 년 이상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구미를 정부가 외면한 뼈아픈 결과였다.
이달 초 김장호 민선 8기 구미시장이 취임하면서 구미는 '반도체 특구' 지정 추진에 나섰다. 김 시장은 취임 직후 SK실트론에 이어 정부·국회를 잇따라 찾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실트론 구미2공장에서 진행되는 반도체 초순수 실증 플랜트 사업도 특구 지정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미는 △다수의 반도체 기업과 제조 인프라 △넓은 입지(구미5산단) △반도체 물류에 필수인 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 등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여건을 두루 갖췄다. 그러나 반도체 특구를 놓고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조금이라도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선 빠른 결단과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
조규덕기자〈경북부〉
조규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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