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지성의 독립운동 자료집…역사에 묻힌 해외 항일첩보전 영웅 한지성 대장

  • 백승운
  • |
  • 입력 2022-07-29   |  발행일 2022-07-29 제14면   |  수정 2022-07-29 07:38
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장 지내

영국 도와 대일 군사작전 활약

대구상고 시절 등 이력 집대성

조선의용대통신 기고문 첫 소개

한지성1
1943년 11월경 인도 델리 근교로 추정되는 곳에서 인면전구공작대 대원, 영국군 R.C.Bacon대위와 함께 찍은 사진. 앞줄 왼쪽 둘째가 한지성이다.
2022072701000848600035281
김영범 지음/선인/822쪽/9만원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장을 지낸 한지성(韓志成, 1912~?)의 독립운동 이력을 집대성한 책이다. 올해 한지성의 탄생 110주년에 맞춰 대구대 명예교수이자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저자가 2년 동안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 펴냈다. 한지성이 대장으로 활동한 인면전구공작대는 인도와 미얀마 대일 전선에 파견한 광복군 최초의 해외파병부대이다.

한지성은 경북 성주 출신의 독립운동가다. 1931년 대구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양친에게 독립운동의 뜻을 밝히고 중국으로 떠났다. 곧바로 중국 국민당의 인재양성 학교인 중앙정치학교를 4년 수학했다. 이 학교의 교장은 국민정부 주석인 장제스가 겸임했다. 훗날 한지성의 중국어 실력이 수준급에 이르게 된 것도 이 덕분이었다. 이후 한지성은 약산 김원봉이 1938년에 의열단을 해산하고 만든 조선의용대에 합류해 정치조 선전주임과 외교주임 등을 지냈다.

한지성2
1945년 1월7일 결혼식 사진. 한지성의 아내 안금생은 안중근 의사 동생인 공근의 둘째 딸이다.

서른살이 되던 해인 1942년에는 김원봉 등과 함께 임시정부 의정원 경상도 지역 의원으로 선출됐다. 이어 1943년 8월부터 2년간 한국광복군에서 영국군 요청으로 인도와 미얀마 대일 전선에 파견한 인면전구공작대(대원 9명) 대장으로 활약했다. 영국군을 도와 일본군에 대한 대적선전·포로심문·문건번역 등과 같은 작전을 펼친 공작대는 광복군이 연합군과 함께 대일 군사작전을 펼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한지성이 임시정부에서 함께 독립운동을 하다 결혼한 아내 안금생은 안중근 의사 동생인 공근의 둘째 딸이다. 1946년 귀국한 한지성은 해방 공간에서 김원봉과 정치 행보를 같이하다 1948년 조국 분단을 막기 위해 평양에서 열린 남북 협상에 참석한 후 북에 머물렀다.

손꼽히는 독립운동가지만 한지성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아쉽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 독립유공자 서훈도 받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야 일부 재조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한지성의 조카들(춘영, 석동, 춘희, 옥동, 창동)이 비용을 부담하고 의열단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가 2년여에 걸쳐 흩어져 있던 자료를 모아 책에 담았다.

책에는 한지성의 독립운동 행적을 보여주는 사료는 물론 그의 출생과 학창 시절을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담았다. 한지성 집안의 가계와 가족관계, 그의 인적사항에 관한 기초자료도 볼 수 있다. 대구공립상업학교 재학시절의 학적부, 성적표, 상장, 유도승급 증서, 사진은 흥미롭다. 중국 중앙정치학교 대학부 시절의 기록도 수록되어 있다. 본명 한재수로 작성된 '요시찰인 카드'도 확인할 수 있다. 카드의 앞면 위쪽에는 기본적인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기타 전과'란에 "재지(在支)불령선인 등과 연락하며 조선독립을 몽상하고 있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인면전구공작대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문서와 사진은 한지성의 독립운동 활동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자료다.

특히 한지성이 조선의용대 기관지 '조선의용대통신(朝鮮義勇隊通訊·뒷날 '조선의용대'로 개칭)'에 실은 글 17편을 비롯해 여러 간행물 기고문도 알기 쉽게 우리말로 옮겨 담았다. 조선의용대통신은 조선의용대의 기관지로, 1939년 창간돼 1942년 4월까지 총 42회에 걸쳐 발간됐다. 한지성은 당시 조선의용대통신의 핵심 필진으로 글솜씨가 빼어난 논객이기도 했다.

저자는 해제에서 "한지성은 '조선의용대통신' 주요 필자 중 게재 횟수가 최상위권이었다"며 "전투 현장에서 보고 들은 바를 쓴 글들에서 보이는 묘사의 구체성이나 현장감은 보고문학의 백미를 보여준 잭 런던이나 조지 오웰을 방불케 한다"고 평했다. 또 한지성의 '조선의용대통신'기고문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글이라고 덧붙였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