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중 역사동아리 '대구사랑 역사탐방 체험학습'…대구 곳곳 숨겨진 선조들 충심·지혜 탐방…"역사가 재밌어졌어요"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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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1 07:13  |  수정 2022-08-01 07:25  |  발행일 2022-08-01 제12면
왕건 후삼국통일 도움 준 신숭겸 장군
팔공산 전투 중 왕 지키다 순절한 인물
순절의 역사 담긴 충렬비 등 유적 탐방
두번째 시간엔 사물놀이 배우며 웃음꽃
풍년 기원하는 별달거리 장단 등 체험
학생들 한국전통음악의 매력에 푹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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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영남일보 교육인재개발원이 주관하는 '대구사랑 역사탐방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영남중 역사동아리 '돌이켜 봄'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지난달 15일 대구시 기념물 1호인 '신숭겸 장군 유적지'. 안으로 들어서자 붉은 꽃이 만개한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백일홍 나무'로도 불리는 배롱나무는 '충절의 꽃'으로 도 불린다. 고려 개국 일등 공신인 신숭겸 장군 유적지의 7월은 그렇게 충절의 꽃인 배롱나무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곳에 영남중학교 역사동아리인 '돌이켜 봄' 학생 17명이 찾아온 이유는 대구시·대구시교육청 주최, 영남일보 교육인재개발원 주관 '대구사랑 역사탐방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하루 동안 신숭겸 장군의 생애, 그리고 우리의 소리인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우리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역사동아리답게 역사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은 물론 궁금증도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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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영남일보 교육인재개발원이 주관하는 '대구사랑 역사탐방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구 영남중 역사동아리 '돌이켜 봄' 학생들이 대구 동구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숭겸 장군에게서 배우는 충절

"신숭겸 장군은 원래 궁예가 세운 후고구려의 기병장수였어요. 그런데 왕이 된 이후 궁예가 처자식을 죽이고 백성을 못살게 구는 등 폭정을 이어가자 장군은 동료 장수들과 함께 궁예를 몰아내고 왕건을 왕으로 추대해 918년 고려를 개국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됩니다. 그후 927년 신라를 공격한 후백제 견훤의 군사를 물리치기 위해 왕건과 함께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지금의 팔공산 일대에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후백제 군대가 먼저 팔공산에 도착해 매복해 있었고, 결국 왕건은 이들에게 포위되어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자 장군은 왕건의 갑옷으로 바꿔 입고 위장한 채 전투에 임하게 되고, 그 틈을 타 왕건은 무사히 탈출, 훗날 후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장군은 이 전투에서 숨지게 되죠. 왕을 대신해 목숨을 바친 신숭겸 장군이 지금도 충절의 상징으로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경화(여·61) 문화관광해설사가 신숭겸 장군 유적지가 이곳에서 마련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숨진 곳이 팔공산 일대면 장군이 태어난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김 해설사는 "신숭겸 장군의 본관은 황해도 평산으로 평산신씨(平山申氏)의 시조다. 출생지가 문헌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라도 곡성에서 태어나 광해주(光海州), 지금의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해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장군의 유적지는 이곳(동구 지묘동)에 마련돼 있지만, 춘천에 묘소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숭겸 장군 유적지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신숭겸 장군의 충절로 목숨을 구한 태조 왕건은 공산전투에서 전사한 장군에게 장절(壯節)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이 자리에 지묘사를 세워 장군의 명복을 빌게 했지만, 고려의 멸망과 함께 사라졌다. 이후 1607년에 신숭겸 장군의 외손이자 경상도 관찰사였던 유영순이 지묘사가 있던 자리에 표충사, 표충단, 충렬비를 세웠지만, 1871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표충사는 다시 없어졌다"면서 "이후 1993년 장군 후손들이 표충재(서원)로 복원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은 신숭겸 장군의 피묻은 옷과 순절한 곳의 흙을 모아 만든 '순절단', 장군의 순절지에 세워진 '고려장절신공 순절지지비', 장군의 충절을 기리는 '충렬비', 그리고 신숭겸 장군나무로 이름 붙여진 수령 400년 이상 된 배롱나무, 태조 왕건 나무로 불리는 팽나무 등도 둘러봤다.

역사 현장 교육 이후 양현준 학생은 "신숭겸 장군님은 사람들이 그의 피 묻은 옷을 묻을 정도로 의미있는 분이신데 이렇게 알게 되어 영광스럽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사물놀이로 배운 우리의 소리

신숭겸 장군 유적지 역사 교육 이후 학생들은 사물놀이 체험에 나섰다.

"하늘 보고 별을 따고, 땅을 보고 농사짓고" "올해도 대풍이요, 내년에도 풍년일세"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대낮같이 밝은 달아" "어둠 속에 불빛이 우리네를 비춰주네"

풍년을 기원하고 감사하는 내용을 담은 별달거리 장단에 맞춰 학생들은 사물놀이의 매력으로 빠져들었다. 17명의 학생들은 각각 장구, 북, 징, 꽹과리를 나눠 가진 뒤 한 공간에 둥글게 둘러 앉았다. 강사의 진행에 맞춰 각각의 악기가 가진 고유의 소리와 '덩, 쿵, 따'의 기본 장단을 연습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사물은 원래 불교에서 사용되는 악기인 목어, 운판, 북, 징 등을 사물공양이라 부르는 것에서 이어졌다. 이후 농악에 쓰이는 북, 징, 장구, 꽹과리 4개의 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사물놀이'로 부르게 된 것. 사물놀이와 풍물(농악)의 차이는 사물놀이 악기에 소고, 태평소, 나팔 등의 악기가 추가되고, 춤사위도 포함되는 것 정도다.

체험 이후 서정우 학생은 "사물놀이가 이렇게 매력적인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친구들과 다 같이 사물놀이를 하면서 징, 장구, 꽹과리, 북이 다함께 어울려지는 것이 정말 신났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자연의 소리가 깃들어 있는 우리 국악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안재현 학생은 "신숭겸 장군님의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신숭겸 장군님의 업적과 다른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서 인상 깊은 하루였다"면서 "사물놀이에 대한 것도 배웠는데, 직접 사물놀이를 해보며 우리 선조들의 문물과 지혜를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을 인솔한 영남중 김태훈 교사(동아리부장)는 "학생들이 팔공산 권역을 중심으로 역사문화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직접 체험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대구 곳곳에 숨겨진 역사문화 이야기를 새롭게 알게 되어 대구 역사를 폭넓게 이해하고 대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해설 속에 담긴 설명을 바탕으로 퀴즈를 푼다거나 사물놀이에 등장하는 국악기를 실제 연주하는 색다른 체험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진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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