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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학생이 사회과목 수업 중 '가장 길고 긴 나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
초등학생 중에서 유독 사회과목을 싫어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부하기 어려워서" "외워야 할 게 많아서" "역사가 싫어서" 라고 답한다. 이런 탓에 사회시간만 되면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한다. 이런 학생을 사회를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정치·법·경제·지리·역사 등 영역서
민주시민으로 자질을 키워주는 과목
정답 외우는 게 아닌 이해·탐구 중요
창의적·비판적 사고력-문제해결력
의사소통 및 협업-정보활용능력까지
5가지 핵심역량 기르는 경험 해봐야
Q:사회는 어떤 과목인가요.
A:사회 과목은 아이들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익혀 민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함양하는 과목입니다. 여기서 '지식과 기능'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민주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인 사실과 개념 그리고 일반화 과정이 필요한 지식 등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희소성, 생산, 소비와 같은 내용 요소를 바탕으로 '희소성으로 인해 경제 문제가 발생한다'와 같은 일반화된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사회는 이와 같은 지식을 바탕으로 민주적 가치와 태도를 함양하고, 나아가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과목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바탕이 되는 '지식'만을 아이들에게 사회라고 강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회과는 정치, 법, 경제, 지리, 역사 등 영역이 아주 다양합니다. 사회를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런 많은 양의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외우고, 잘 외웠는지 확인하는 문제를 풀어보면서 사회 공부를 해 온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역사 영역도 조선 시대 왕들의 업적을 외우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역사적 사건들의 연속성과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역사적 사고력을 발달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사회 과목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을 떠나 내 아이의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키워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Q:어떻게 하면 사회를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요.
A:사회는 정답을 외우는 과목이 아닌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목입니다. 사회적 현상을 외워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어렵죠. 사회에 관심을 가지기 위한 첫 번째 키워드는 '자료' 입니다. 사회와 자료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누구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세계 그림책이, 누구에게는 흥미로운 사실이 담긴 신문 기사가, 누구에게는 멋진 건축물의 사진 또는 세계 건축물 만들기 세트가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자료를 아이에게 주느냐에 따라 사회현상을 보는 눈과 관심도가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 문제집보다는 아이가 흥미로워하는 사회 자료로 사회 공부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표현'입니다. 좋은 자료는 사회현상에 대한 흥미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지만 계속 자료만 보다 보면 오히려 수박 겉핥기로 끝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사회현상에 대해 내가 경험하고 이해한 지식을 표현해보는 경험을 해보아야 합니다.
Q:사회시간에 아이들이 자신 있게 참여하려면 어떤 경험을 해줘야 할까요.
A:핵심역량은 미래의 삶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능력인데요. 사회 과목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은 5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롭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능력인 창의적 사고력"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답이 아닌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톡톡 튀는 사회 현상을 보는 눈을 인정해주고 그 생각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도 물어봐 주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상황을 분석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인 비판적 사고력"입니다. 비판적 사고력은 뚜렷한 관점에서 나옵니다.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중요하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알고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이런 뚜렷한 나만의 관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작정 내 의견만 고집하는 아이가 아닌 타당한 이유나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능력인 문제해결력 및 의사결정력"입니다. 만약 우리 학급의 반티를 정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나 혼자만의 문제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겠지만 여러 명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해야 한다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색깔, 크기, 재질, 디자인 등등 친구들의 의견을 듣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선택권을 주는 것만이 문제 해결력을 길러 주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피드백입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법,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하는 것 등 많은 피드백의 경험들을 거쳐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문제 상황에서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네 번째는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표현하고 타인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능력인 의사소통 및 협업능력"입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에 서툰 아이는 타인과 의사소통하는 법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고, 너무 의욕적이라 친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는 공감하고 타협하는 법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은 "다양한 자료와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 해석, 활용, 창조할 수 있는 정보 활용 능력"입니다. 휴대폰을 손에 놓지 않고 수많은 정보에 빠져 사는 아이들같이 보이시겠지만 막상 학교에서 무언가를 검색해서 찾아보라고 했을 때 놀랄 정도로 정보를 찾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사회 교과서를 보면 '조사해 봅시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구성하고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경험할 수 있어야 사회 시간에도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수업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지식을 쌓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황이나 의미 있는 맥락에서 지식을 활용하고 실제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경험을 통해 창의융합형 인재로 자라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 도움말=정아리 대구화남초등 교사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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