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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대행. <삼성 라이온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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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 삼성 라이온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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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일 허삼영 감독의 자진사퇴와 박진만 감독 대행 체제 돌입을 알렸다.
올 시즌 삼성은 팀 사상 최장 연패인 13연패 불명예 기록을 남기는 등 극도로 부진했고, 최근 리그 9위로 추락하면서 감독 책임론이 불거졌다. 특히, 지난달 26~28일 한화와의 포항 3연전과 29~31일 대구 롯데전에서 2승 2무 2패를 기록한 것이 허 감독 자진사퇴로 이어진 결정타였다.
박 감독 대행은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이번 시즌 삼성의 재기 가능성은 작다. 1일 기준 38승 2무 54패로 가을야구 진출은 이미 무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1위 SSG(63승 3무 28패)와는 25.5경기 차로 벌어져 있고, 가을야구 진입권인 5위 KIA(47승 1무 44패)와도 8.5경기 차다. 올해 남은 50경기 안에 이 격차를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힘겹다.
선수단 면면을 살펴봐도 돌파구는 마땅찮다. 팀 내 중심이 되줘야 할 고참 선수들이 시원찮다.
'경험'을 이유로 세 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4년짜리 장기 계약으로 성사시킨 주전 포수 강민호, 비슷한 이유에서 마찬가지로 4년 더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좌완 선발투수 백정현이 대표적이다.
강민호는 올해 타율이 0.231(255타수 59안타)에 머물고 있고, 홈런 4개를 날리는 동안 병살타는 13개나 치면서 개인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 구단에선 나이가 많기에 수비 이닝을 많이 맡기 보다는 공격적인 면으로 팀에 도움을 주길 바랐겠지만, 이는 실패했다.
백정현은 지난해 14승을 쌓으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그는 작년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때부터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 15경기에서 단 1승도 따내지 못했다. 불운도 있었지만, 11연패를 정당화하기엔 그의 구위, 제구는 분명 1년 만에 뚝 떨어졌다.
김헌곤도 있다. 박 감독 대행이 2일 주장을 오재일로 교체하면서 '전임 주장'이 된 김헌곤은 지난 6월 43타석 연속 무안타를 남기는 등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고, 현재 타율 0.205에 머무른 채 후보 자원 또는 대주자, 대수비로 이따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초고액 연봉자' 오승환과 구자욱까지 제 역할을 못 했다. 오승환은 올해 연봉 16억 원의 특급스타 플레이어지만, 지난달 5번의 세이브 상황을 모조리 날렸다. 다시 마무리 보직을 맡겨도 될지조차 미지수다. 구자욱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5년-120억 원'의 비FA 대박을 친 구단 프랜차이즈 선수다. 경기에 나서면 실력을 발휘하고는 있는데, 문제는 잦은 부상으로 올 시즌 뛴 경기가 겨우 49경기뿐이라는 점이다.
허 감독을 향한 여론이 급격하게 무너져내린 건 부진한 이들 고참, 고액 연봉자들을 계속 기용하면서부터다. 감독 자신의 판단이었는지, 구단 차원의 선택이었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경험 많은 선수이고, 많은 연봉을 받는 스타 선수여서 성적이 나빠도 주전으로 기용하는 건 팬들의 이해를 바랄 수 없다.
박 감독 대행에게 '가을야구 진출'을 요구하는 이는 많지 않다. 선수단, 코치진의 운영 시스템을 정상화해 허 감독이 그토록 바라던 '실력대로 경기에 나서는' 팀이 된다면 팬들이 납득하고, 다음 시즌 반등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레전드 유격수' 출신 박 감독 대행의 어깨가 무겁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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