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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범 논설위원 |
대한민국 정치가 난장판이다. 좌를 돌아봐도, 우를 바라봐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집권 석 달 만에 이례적으로 비상대책위를 꾸린 국민의힘은 정말 '비상 상황'을 맞게 됐다. 법원이 비상대책위 체제를 무효화하자는 이준석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원은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주호영 비대위 체제가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준석의 승리'다. 그런데 정말 이 전 대표는 이겼을까. 이 전 대표가 신청한 비대위 효력정치 가처분이 인용된 지난 26일 대구의 국민의힘 한 당원은 "대표 한 사람의 분탕질로 당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고 분개했다. 법적으로 이 전 대표가 이겼을지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물음표가 따른다. 자신이 내뱉은 말처럼 국민의힘이 '망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망하면 이 전 대표는 설 자리가 있는가. '정치의 사법화' 논란도 새삼 불거지고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할 사안들을 사법부가 결정하는 현상이 정치의 사법화다. 사법부가 중요한 정치적 행위자로 등장하면 민주주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힘 내홍의 1차적 책임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게 있다. 일각에서 윤핵관의 정치적 무능이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라고 지적하지만, 무능이 아니라 탐욕이다. 권력 독점을 향한 탐욕. 국민의힘 내홍을 비루한 권력 다툼의 시각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 비호감'이 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은 국민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대위 출범으로 이 전 대표가 자동 해임된 마당에도 내홍의 또 다른 축인 윤핵관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등등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재신임을 받아 당연직 비대위원에 들어갔다. 2선 후퇴 요구에 콧방귀를 뀐 셈이다. 사과라든지, 유감이라든지 어떤 입장 표명도 없었다. 성찰 없이 그냥 이 전 대표를 무시했다. 결국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권력 다툼이 파국에 가까운 결말을 불렀다. 윤핵관은 국민의힘 당원들로부터도 눈총을 받고 있다. 대구의 또 다른 당원은 "대통령실 인사의 90%를 윤핵관이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한다"고 했다. 권력에 대한 탐욕이 지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현 집권 세력에게 나라를 맡겨도 괜찮은가에 대한 회의가 국민에게 퍼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인 대구경북에서도 "요즘 대통령도 보기 싫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나야 돌파구가 마련된다. 윤핵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명백한 걸림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지난 5년간 상식을 벗어난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았지만 달라진 게 없다. '이재명 사당화', 강경파 '처럼회'의 폭주, 협치 외면을 당연하다는 듯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찬성한 여야중진협의회를 '밀실야합으로 흐를 수 있다'며 반대했다. 또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인물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에 적극 나서지 않고 '김건희 특별법'을 외치고 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특별감찰관 없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사고를 치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권이나 야권 모두 비정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성찰이 없으니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없다. 정치의 패배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막고 있는 꼴이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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