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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9시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골목에 지난 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다량의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 이자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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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6시쯤 대구 수성구의 한 지하주차장.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미리 쌓아 빗물을 차단했다. <독자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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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2시쯤 불어난 강물로 잠겨있던 대구 동구 금호강변. 서민지기자 |
대구도 태풍 '힌남노'의 영향권에 들어간 6일 오전 우려했던 '출근길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태풍 피해 소식이 들려오면서 출근길 시민들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또 새벽부터 오전까지 태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출근길에는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날 오전 8시25분쯤 대구도시철도 2호선 담티역. 평소 출근 시간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메워지기도 하는 이곳이지만, 이날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두 방향으로 향하는 승객을 모두 합해 10명 안팎 정도였다.
문양 방면 열차 안도 평소보다 승객이 많지 않았다. 승객들은 대부분 만반의 준비를 갖춘 모습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우산을 가지고 탑승한 여성 승객, 방수가 되는 재질의 가방 등을 메고 탄 취업준비생, 장화를 신고 탄 어르신 등이 보였다.
프리랜서 한모(32)씨는 "밤 중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오전에 일정이 있어 일찍 집을 나섰다. 걱정과 달리 다행히 출근길에는 문제가 없었고 등교하는 학생이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한산한 편이었다"고 했다.
강풍·집중호우에 우려가 나왔던 도시철도 3호선(지상철)도 무사히 정상 운행했다. 대구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3호선 일대에 분 바람의 풍속은 일시 운행 중지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10분쯤 승용차로 출근길에 나섰다는 자영업자 이모(54)씨는 "평소 출근하던 시간대면 차가 굉장히 많은데 오늘은 20% 이상은 없었던 것 같다. 태풍이라 교통 체증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교적 차분한 출근길이었지만, 시민들은 출근길 곳곳에 남아있는 '태풍이 휩쓸고 간 흔적'을 마주해야 했다.
이날 오전 동구의 길거리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정모(48)씨는 "태풍 때문에 나뭇잎이 역대급으로 많다. 나뭇잎뿐만 아니라 쓰레기도 굉장히 많고 끝이 안 보인다"라며 "예상은 했지만 태풍 때문에 오늘은 힘이 든다"고 했다.
동구주민 A씨는 "자는 사이 태풍이 지나가 버려 크게 태풍의 영향을 못 느꼈는데 길거리를 지나다 보니 태풍이 실감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 여파로 대구 금호강 일부 구간이 범람하면서 동구 국립신암선열공원과 인접한 위치의 강변 산책로 피해는 컸다. 동구와 북구에 걸쳐있는 이 구간 산책로에 심겨있던 가로수는 크기에 따라 줄기 또는 잎·가지 높이까지 물이 찼다. 운동기구, 작은 교량 등도 모두 몽땅 물에 잠겼다. 하천 물살은 여전히 거셌다.
인근 주민 김모(여·78)씨는 "올해 들어 산책로까지 침수된 건 처음이다. 오전 11시쯤 지나자 강물이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며 "복구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 방향 금호강변 쪽에는 산책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없었던 탓이다. 근처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자전거를 세워놓고 벤치에 앉아있던 주민 박모(75)씨는 "생각보다도 태풍이 일찍 지나가면서 햇살 구경하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서민지·오주석·이남영·이자인기자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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