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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대구의 한 상가건물 주차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20대 운전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취재차 급히 사고 현장을 찾았다. 우선 현장부터 봐야 했다. 버스를 타고 그곳에 도착해 폴리스 라인 밖에서 곳곳을 살펴봤다. 현장에선 몇 가지 단편적인 정황과 의혹이 발견됐다.
주차장 관리인의 부재 가능성이 현장에서 제기됐고, 이는 다른 의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됐다. 그것은 사고 당시 해당 주차장이 수리 중이었다는 점이다. 종합적 판단을 위해선 수리 당시 안전조치 상황 등을 확인해야 했다. '모든 정보의 성실한 검증, 최대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맥락의 사실 전달'은 언론윤리헌장에도 명시된 바다.
사고와 직간접적 관련성이 있는 이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다. 모두 착잡한 목소리로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그 답변에서는 서로 다른 갈래의 '두 가지 문제점'이 확인됐고, 자칫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공방이 빚어질 소지도 있었다.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 '총체적 안전불감증 의혹'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썼다. 눈으로 귀로 확인한 문제점 그리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은 기사로 제기하되 성급한 일반화는 하지 말자 다짐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전, 이번 사고를 수사해 온 경찰이 보수업체 관계자와 건물주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수사를 통해 사고 당시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존재했음이 어느 정도는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의 비극을 취재하는 일은 기자에게도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힘들었을 사건이어서 더 조심스러워야 했던 이 취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서로가 각자에게 주어진 기본을 지켰다면, 그런 허망한 일이 일어났을까. 이제 기계식 주차장은 보편화됐고, 수리 등을 요하는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장도 점차 늘고 있다. 지금이라도 안전 대책을 보완해야 하고, 행여 사각지대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다는 것, 이 아픈 문장을 잊어선 안 된다.
노진실기자〈사회부〉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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