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한국경제 바로 살리기 1

  •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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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9   |  발행일 2022-09-09 제22면   |  수정 2022-09-09 06:43
새 눈으로 시대흐름 읽고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해

분야 초월 융합적 사고 필요

창조적 인적자본 축적 통해

저성장의 위기를 벗어나야

[경제와 세상] 한국경제 바로 살리기 1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서울대 김세직 교수의 '모방과 창조'라는 책에 의하면 한국경제는 1960~90년대까지 장기성장률이 연평균 8%를 넘는 성장의 황금기를 구가하였으나 90년대 초반부터 성장패턴이 변하여 지금까지 성장침체로의 길을 걷고 있다고 한다. 즉 1992년부터 30년 동안 한국경제는 5년마다 1%씩 하락하는 경로를 지속적으로 밟아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의 0~1%의 장기성장률로 떨어져 있는 지금의 한국경제에 이를 반전시킬 특단의 조처가 없으면 앞으로 마이너스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러한 장기성장추세의 하락이 창조적 인적자본이 아니라 모방형 인적자본에 잘못 투자한 교육의 결과라고 보았다. 사실 우리나라는 고도성장기간 동안 물적자본의 투자와 더불어 인적자본의 투자에도 게을리하지 않아 빠른 성장이 가능하였다. 산업화시기에는 교육에 대한 높은 투자로 비교적 양질의 인적자본이 산업현장에 투입되어 소득을 창출할 수 있었고 이 소득으로 더 높은 양질의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소위 인적자본의 선순환구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 결과 60년대 초 10%에 불과했던 대학진학률이 90년대엔 80%까지 올라가면서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힘이 되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이러한 인적자본의 축적이 더 이상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우리나라 교육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인적자본에 대한 양적 투자는 오히려 증가하였지만 대부분이 주입식 교육을 통한 모방형 인적자본에 투자함으로써 생산성이 오르지 않아 장기성장률도 하락한 것이다. 아무 제약 없이 모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넘쳐났던 시절에는 많이 외우고 많이 베낄수록 이를 이용해 생산해 낼 수 있는 상품의 종류와 양이 늘어나 모방형 인재양성만으로도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선진국 기술이 20년간 보호되는 특허제도가 도입된 지금은 그 기술을 사지 않고서는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모방형 인적자본을 통한 성장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현재 인터넷과 AI의 발달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혁신적인 기술이 계속 쏟아지고 창의성이 경제적 자원이 되는 이 시대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창조형 인적자본의 축적이 필수이다. 창조형 인재의 양성을 위해서는 첫째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여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재산권을 보장하고 둘째 창의적 아이디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셋째 창조형 인적자본을 키우는 효율적인 교육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시한다. 또한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교육방식으로 상상력을 키우고 논리적 연관성을 발견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키우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창의성 개발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주입식의 정답찾기 교육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이 시점에 창조적 인적자본의 축적을 통해 저성장의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는 그의 설파가 위기 앞에 놓인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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