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이것은 사랑입니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것은 태초부터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온 것이며 유전 인자에 새겨져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어미의 태 속에서 처음 잉태될 때도 이것으로 인해 생명을 얻습니다. 살아 있는 신호로 어미의 배를 툭, 작은 발길질을 할 때 부드러운 어머니의 쓰다듬는 손길로도 눈감은 아기는 이것을 느낍니다. 그 아기가 태어나서 어머니의 품 안에서 첫 젖을 삼킬 때부터 어머니가 지어 보이는 세상 행복한 미소로 이것은 충분히 전달이 됩니다. 이때의 기본적인 신뢰감과 이것은 아이의 평생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됩니다.

돌 지나고 겨우 첫발 옮길 때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것이 있기 때문에 아이는 세상을 신뢰하고 두렵지만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섭니다. 주저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는 바로 이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 사람들의 이것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성장에 중요한 것입니다.

꽃에 물이 필요하듯 새에게 하늘이 필요하듯 유년기 아이의 성장 시기에 이것은 너무나 중요한 자양분입니다. 이것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욕심이 많아지거나 독단적이거나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남에게 배려가 없거나…. 무엇이 달라도 다릅니다.

만약 이것을 주는 방법이 일방적이거나 혹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큰일 날 일입니다. 같은 형제들에게는 골고루 치우침 없이 물이 고이듯 베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흐르거나 혹은 부족해 버리면 많이 받는 쪽이나 부족한 쪽이나 다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린 나무에게 햇볕과도 같은 이것은 많이 받으면 거만해지고 적게 받으면 메말라 버립니다. 그래서 이것은 치우침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살아가는 에너지입니다. 이것을 품고 있는 사람은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힘든 일도 즐겁고 자기 자신을 믿습니다. 반대로 이것이 궁핍한 사람은 불안하고 만족스럽지 못하고 공격적이거나 남을 미워하거나 자신감이 없거나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이것이 사라진 빈 공간에는 나쁜 것들로 채워지게 됩니다. 지위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낮은 사람에게 열등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것의 힘은 대단합니다. 아름답고 창조적인 힘으로 승화되어 시(詩)를 짓기도 하고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거대한 건축물도 만들어 냅니다. 반대로 이것의 힘이 없다면 어떤 아름다운 창작물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돈이나 권력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노력을 한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범한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풍족한 것이기도 합니다. 억지로 만들어 낼 수는 없지만 마음 속에 자연히 생겨서 고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음을 만들어내는 조각가입니다. 많은 마음의 병들이 이것의 결핍이나 과잉에 의해서 생긴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이것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하고 편안하게 하며 정서를 순화하는 일을 해냅니다. 그래서 이것을 받은 적이 없거나 부족하거나 빼앗겨버리면 마음의 병이 옵니다. 이것이 메말라 버리면 당장 좌절해서 견디기 어려워지고 가치감을 잃게 되고 살아가는 의욕도 약해지고 미래도 없어지는 우울증이 옵니다.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이것은 모든 마음의 병에 다 관여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것이 다시 생겨나게 도와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약으로 마음의 병을 다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어림도 없습니다.

마음이 태어나서 형성되고 이뤄지고 성장하는 것에 이것은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가지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이것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이것이 그 마음속에는 깃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자연스럽게 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이게 순리입니다.

이것은 어디에도 있고, 있어야 하는 산소와 같습니다. 이것의 결핍은 많은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것의 힘은 많은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것은 위대한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