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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
일반인 미성년자 학생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다루는 MBN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는 시즌1 방영을 마치고 시즌2를 방영 중에 있다. 성에 관한 이야기는 쉬쉬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서 청소년의 성관계와 임신, 출산과 육아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등장이라니 그 시도가 처음엔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다.
2018년 교육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회(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3천422명)이며, 이들의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6세로 조사되었다. 미성년자의 성관계, 출산과 같은 문제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음지에 있던 청소년 임신 문제를 양지로 끌고 나와 TV방영을 통해 사람들에게 문제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처음엔 긍정적으로 방송을 시청했다. 혹여나 청소년의 임신과 조기 결혼을 미화하진 않을까 염려하며 말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낭만'보다는 '자극'을 선택했다.
임신과 결혼이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의 냉혹함과 맞서야 하며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많은 희생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묘사 과정에서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상당히 비신사적인 행태를 보여왔다.
시즌1의 경우 한 10대 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담아내다 촬영이 없던 날 부부의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적 있다. 제작진은 그 둘을 중재하겠다는 명목하에 촬영을 감행했고, 결국 해당 방송분은 당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선사했으나 이 10대 부부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결국 가정 파탄의 모습까지 내보낸 제작의 의도가 자극성과 시청률이 아니라면 무엇인지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프로그램에는 3명의 연예인 MC와 상담사, 변호사 두 명의 패널이 함께하지만 실제 방송 내에서 갈등 해결에 전문적인 도움을 주는 이야기는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 주제는 무거우나 예능이라는 포맷하에 어떻게든 가볍게 이야기를 담아내려 한다. 그저 자극적인 모습을 전시하여 제작진은 돈을 벌고 출연자는 가십의 희생양이 되는 꼴이다.
시즌1이 끝나고 조금은 재정비가 되려나 했더니 시즌2는 더욱더 자극적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중딩엄마'다. 심지어 사 남매 중 세 아이의 아빠가 모두 다르다. 그뿐일까, 부부가 서로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격렬히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자식들의 초상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10대의 성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고딩엄빠 제작 PD가 말한 기획 의도이다. 시즌1과 2를 빼곡히 챙겨 보며 나는 여전히 제작 의도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사회에 문제점을 시사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그저 시청률 올리기용 자극만을 배포하고 있지 않은가.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말이다. '어른들은 모르는…'
어른들은 안다. 임신과 출산,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하물며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결혼도 어려워 결혼 평균 연령마저 점점 더 늦춰지고 출산을 포기하는 부부도 많아지는 추세다. 그렇기에 어른들은 더욱 잘 안다.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결혼이 더더욱 쉽지 않은 일임을. 그렇다면 제작진은 이 아이들을 시청률 희생양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솔루션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른이 할 도리이고,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진정한 취지 아닐까.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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