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BTS 열풍과 대한민국의 문화 DNA

  • 조덕호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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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2   |  발행일 2022-09-19 제27면   |  수정 2022-09-19 06:41
조덕호
조덕호 대구대 교수

세계 대중음악을 선도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2013년 6월13일에 데뷔한 대한민국 7인조 남성 그룹이다. BTS는 한류열풍의 대명사이며, 세계 음악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음반계를 휩쓸고 있다. 최근에는 빌보드 뮤직어워드,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버라이티지 및 그래미상 수상 등 수많은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가수로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이 세계적인 BTS 열풍이 개별 그룹의 사건일까?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에게 내재하여 있는 문화 DNA가 대중음악의 형태로 폭발한 것일까?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호랑이, 멧돼지, 사슴 등 여러 동물이 새겨져 있다.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장면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BC 6000~1000년경 신석기 및 청동기시대 고대인의 생활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고인돌은 지석묘의 형태로 세계에 약 6만여 개의 고인돌이 있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4만여 개가 있으며, 그중 3만여 개가 대한민국에 분포되어 있다.

석굴암이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석가탑 속에 들어 있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751년(신라 경덕왕 10) 무렵에 간행된 세계 최초 목판 인쇄본이다. 합천 해인사의 국보 대장경판은 경(經), 율(律), 논(論)의 삼장(三藏)을 말하며, 불교 경전의 총서다. 그 판수가 8만여 개에 달하고 8만4천 번뇌에 해당하는 8만4천 법문을 실었다고 하여 팔만대장경이라 부른다.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현존 최고(古) 금속활자 '직지'에 이어 최근엔 이보다 138년 앞선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발견돼 우리나라가 금속활자의 종주국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렇다면 한글은 어떠한가?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자로 컴퓨터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철갑선인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수운 최제우 선생의 동경대전 등 세계 문명사를 바꿀만한 무수히 많은 역사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핏속에는 선사시대이래 인류 문명을 선도할 수 있는 일들이 수없이 많았던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의든 타의든 간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스로 얼마나 위대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으며 계승 발전시키기는커녕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좋지 않은 경향이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의 우수성을 모르고 평가절하하여, 실질적으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데는 500년 이상이 소요되었다. 만약 한글의 가치를 인식하고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로 찍어서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교과서로 만들었다면 우리의 문명이 더욱 찬란하게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산업사회로 진입할 때 한발 머뭇거리는 바람에 조선의 멸망과 일본의 식민지, 6·25 전쟁, 군사독재를 겪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절대 빈곤의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시작으로 3·1 만세운동,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희생과 시민혁명으로 기어이 민주주의를 이루어 냈다는 점이다.

이처럼 BTS와 한류 열풍은 긴 역사의 축적물이며, 우리의 핏속에는 결코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해서는 안 되는 훌륭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제 대한민국을 평가절하하는 생각을 버리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로 건국 이래 최초로 홍익인간의 이념을 실천할 때가 왔다.

조덕호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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