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잉글랜드 이즈 마인'(마크 길 감독 ·2017 ·영국)…꿈꾸고 노래하라 너만의 세상을

  • 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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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16   |  발행일 2022-09-16 제39면   |  수정 2022-09-1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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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영화 칼럼니스트)

외톨이에 사회 부적응자인 청년이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담은 '잉글랜드 이즈 마인'은 '더 스미스'(The Smiths)의 보컬 모리세이의 이야기다. 독특하고 문학적인 가사로 유명한 '더 스미스'는 '브릿팝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1980년대 영국 인디 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밴드다. '뮤지션의 뮤지션'이라 불리며 후배 뮤지션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보컬과 작사를 담당한 모리세이는 영국 음악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사가 중 하나다.

'더 스미스'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였다. 주인공 톰과 썸머가 처음 만났을 때 톰은 '더 스미스'를 듣고 있었고, 썸머는 자기가 좋아하는 곡이라며 말을 걸었다. 영화 '월플라워'의 주인공 샘과 찰리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도 '더 스미스'였다. 수많은 영화 음악으로 쓰였고, 오아시스, 블러, 라디오헤드 등 뮤지션들이 추앙하는 밴드다.

1970년대 후반 맨체스터, 외로운 문학청년 스티븐은 음악 듣기와 글쓰기가 유일한 낙이다. 어렵사리 취직한 세무서에서는 상사에게 꾸중 듣기 일쑤, 동료들에겐 놀림의 대상일 뿐이다. '밴드 구함'이라는 공고도 내보지만, 막상 기회가 생기면 도망가 버리고 만다. 그런 그에게 자유분방한 아티스트 린더가 나타나고,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한다. 그녀의 말에 용기를 얻어 밴드를 시작해 보지만, 매니저는 기타리스트 빌리만 필요하다고 한다.

린더마저 런던으로 떠나자 극심한 우울함에 시달리던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힘든 나날을 보낸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끼며 "세상은 나 같은 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이 말에 엄마는 "그러면 너만의 세상을 만들어"라며 그가 좋아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내민다. 이 말에 힘을 얻어 다시 책을 읽고, 글쓰기를 계속하는 그에게 기타리스트 '조니 마'가 밴드를 하자고 한다. 영화는 모리세이가 조니 집 문 앞에 서는 순간 끝이 난다. 새로운 길이 열리기 직전, 그들이 '더 스미스'라는 역사를 쓰기 직전에 끝나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70·80년대 음악들이 감성을 자극한다. 흥미로운 건 그토록 매력적인 '더 스미스'의 노래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의 시작은 1976년, 끝은 1982년인데, 이때는 '더 스미스'의 음악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더 스미스'의 노래를 찾아보게 된다. 사춘기 감성이라 폄훼하는 이들도 있지만, 빼어난 가사들이 마음을 끌어당기고, 매력적인 멜로디는 귀를 매혹시킨다. 많은 이들이 왜 그토록 좋아하는 밴드인지 알게 된다.

'더 스미스'의 독특하고 시적인 가사는 감수성 예민한 젊은이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고뇌하는 젊음을 대변한 모리세이는 수많은 방황을 거쳐, 음악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다. 소로우의 말처럼 다른 북소리, 나만의 북소리에 맞춰 걸어간 것이다. 이것은 어느 뮤지션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가야 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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