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복의 텃밭 인문학] 텃밭농사의 제5원칙 -거름은 직접 만들어 쓴다…발효된 음식물쓰레기는 완벽한 거름

  • 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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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3   |  발행일 2022-09-23 제38면   |  수정 2022-09-23 08:32
농촌에선 밭에 인분 바로 뿌리기 일쑤
기생충질환 등 건강에 치명적 위해도
인분은 반드시 퇴비화 과정 거쳐야
두엄더미 만들때 재료 쌓아두지 말고
농기구로 한번씩 뒤집고 재료 섞어야
매일 배출하는 성가신 음식물 찌꺼기
2~3주 발효 거치면 거름으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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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복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시인)

텃밭농사의 다섯 번째 원칙은 거름(퇴비)을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다. 예전 시골에서는 두엄 더미를 만들어 논밭에 뿌릴 거름을 만들어 썼다. 외양간에서 나오는 소·돼지와 같은 가축의 배설물에 짚, 풀, 낙엽 등을 섞어 발효하면 훌륭한 거름이 되었다. 여러 재료를 섞어 숙성과 발효 과정을 거치면 두엄 더미 내부는 미생물의 발효작용으로 60~85℃ 정도의 고온이 발생하는데, 이를 퇴비 발효열이라 한다. 비가 오고 난 뒤 두엄 더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유도 수분과 발효열이 결합하여 생긴 현상이다.

거름을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는 부재료는 다양하다. 대부분의 농가는 벼농사를 지었기에 짚이나 풀에 주로 가축의 배설물을 섞었지만, 더러 재래식 화장실의 인분도 사용하였다. 수세식 화장실이 보편화한 도시민들이 생각하기에 똥과 오줌으로 거름을 만든다는 게 상상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똥오줌으로 만든 거름으로 가꾼 농작물을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인상이 찡그려지고 입맛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인분은 반드시 퇴비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훌륭한 거름이 된다. 하지만 예전 농촌에서는 인분을 곧바로 채소에 뿌리기도 했다. 실제 이 관행은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여 회충, 십이지장충 등 기생충질환에 노출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나와 같은 기성세대는 학교 다닐 때 주기적으로 대변검사를 하고 구충제를 먹은 경험이 있다. 위생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농사를 지은 결과였다.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질소와 인산, 칼륨 등 필수 영양분이 공급되어야 한다. 요즘은 화학비료와 축분을 손쉽게 구매하여 농사에 활용할 수 있지만, 예전 농가에서는 거름을 직접 만들어 쓸 수밖에 없었다. 농사일이란 농부들이 직접 몸을 써서 땀 흘려 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두엄 더미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재료를 섞어 쌓아두기만 해서는 제대로 썩거나 발효되지 않아 질 좋은 거름을 만들 수 없다. 쇠스랑과 세발괭이(세발곡괭이)와 같은 농기구로 한 번씩 두엄 더미를 뒤집어 부재료를 골고루 섞어 주어야 한다. 이 일은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어서, 힘센 장정이 아니면 퇴비를 만들어 쓸 수조차 없다. 기계화도 농업 발전에 한몫했지만, 비료와 퇴비의 공급도 농가의 일손과 노동력 절감에 큰 기여를 했다.

매해 봄이 되면 각 농가에는 신청한 비료와 퇴비가 배달된다. 논밭이나 과수원 두렁에 수십 포대의 비료와 퇴비가 쌓여 있는 모습은 흔한 광경이다. 비료의 구입비 일부는 국고지원을 받으므로 농민들이 실제 지급하는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 2020년 기준 유기질비료(혼합 유박, 혼합유기질, 유기 복합비료)는 20㎏ 한 포대에 1천700원이고, 부숙 유기질비료(가축분 퇴비)는 특등급 1천700원, 1등급 1천600원, 2등급 1천400원이다. 화원이나 종묘상에서 한 포대에 6천원에서 1만원 정도에 파는 것과 비교하면 농민들에게 공급되는 퇴비가 얼마나 싼지 알 수 있다. 구입 가격이 싸다 보니 농민들은 비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농사를 짓고 이를 과용하는 경향이 있다. 비료의 오남용은 작물의 과다 생육, 토양과 자연환경 오염은 물론 소비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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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형복 교수가 만든 거름.

텃밭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나도 가축분 퇴비를 사용했다. 동네 주민이 나눠주는 퇴비를 쓰기도 하고, 종묘상에서 몇 포대씩 사서 쓰기도 했다. 대체 방안을 찾지 못한 부득이한 상황이었지만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거름을 직접 만들어 쓸 수는 없을까?'란 생각에 날로 고민이 깊어갔다.

하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터넷에서 거름 만들기에 관한 자료와 정보를 찾아 읽어 보았고, 농가나 개인의 경험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궁리하고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음식물 찌꺼기에 주목하였다. 매일 버리는 것도 아깝지만 음식물 통에 모아서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차로 배출하는 일도 여간 성가시지 않았다. 그 대신 음식물 찌꺼기로 거름을 만들기로 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내 나름 최상의 방법을 찾았다. 아래 방법대로 하면 누구나 쉽게 음식물 찌꺼기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

1.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효 용기를 구입하여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위에서 아래까지 가급적 많은 구멍을 뚫는다.(발효 용기는 용량별로 다양하여서 원하는 크기를 선택하면 된다. 구멍을 뚫는 이유는 공기순환과 침출수를 빼내기 위한 것이다. 용기 바닥에 물이 차 있으면 재료가 썩지 않고 악취가 심하다)

2. 통 아래에 마른 톱밥을 두껍게 깔고 그 위에 음식물을 붓고 다시 톱밥을 덮는다.(이때 덩어리가 크거나 껍질이 딱딱한 과일 등은 삽으로 잘게 쪼개어 톱밥과 섞는다. 그리고 반드시 원목 톱밥을 사용해야 한다. 합성목이나 집성목 톱밥은 본드와 같은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자연농법에 활용할 수는 없다. 원목 톱밥은 목재소에 가면 구할 수 있다)

3. 한 번씩 삽으로 음식물과 톱밥을 뒤집고 섞어 준다.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은가. 여름철의 경우, 바깥 온도가 30℃ 이상의 고온이 지속하니 용기 내부는 그보다 훨씬 온도가 높다. 2~3주만 지나면 톱밥과 뒤섞인 음식물은 발효와 숙성을 거쳐 완벽하게 거름이 된다. 냄새도 나지 않고 벌레도 꼬이지 않는다. 발효통을 가지런히 놓아두니 보기에도 좋다. 네 개의 통이 가득 차면 맨 처음 퇴비화가 된 거름은 밭에 뿌려 사용한다.

이 방법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거름을 만들어서 뿌린다. 무와 배추를 심고 나면 한 해의 텃밭농사가 사실상 끝나기 때문에 거름을 뿌릴 일이 없다. 늦가을부터는 텃밭 구석에 두엄 더미를 만들어 겨우내 음식물 퇴비를 만들면 된다. 겨울에도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재료가 적지 않다. 김장을 담글 때 버리는 무와 배추 겉잎을 다른 부재료와 골고루 섞어두거나, 온돌방 데울 때 타고 남은 아궁이의 재를 두엄더미에 뿌려둬도 좋다. 조금만 궁리하고 노력하면 누구나 자연이 만든 최상급의 거름을 만들어 텃밭농사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 살다 다시 땅으로 돌아갈 땅의 자식들이다. 땅에 기대어 살지만 되도록 땅을 아프게 하지 않고 정성껏 가꾸고 걸우어 더 나은 상태로 보존하여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내가 떠난 다음에 누가 이 땅의 주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전원생활을 하면서 텃밭농사를 지으면 좋겠지만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나의 바람은?

'호미 한 자루 손에 들고는/알량한 지식 나부랭이/ 흙 속에 파묻 어버리고/ 텃밭의 잡풀을 뽑다가/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흠뻑 젖은 땅 위에 푹 고꾸라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죽고 싶다.'(졸시 '소원' 전문)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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