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학원이 살아야 대학이 산다

  •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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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0   |  발행일 2022-09-20 제23면   |  수정 2022-09-20 06:39

[CEO 칼럼] 대학원이 살아야 대학이 산다
홍원화 경북대 총장

어느 조직이건 사람과 재원, 시스템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활동이 원활해진다. 그런데 재원이 있고 시스템이 있어도 이를 움직일 사람이 없으면 조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학도 사람, 재정자원과 각종 행정시스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움직이는 조직으로서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 운영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사람, 돈, 업무 프로세스, 부서 및 학과 간의 이해관계, 지역사회의 요구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결정할 때가 많다. 그동안 여러 번의 칼럼 지면을 통해 지역대학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 그리고 이를 수행할 자원으로서 재정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대학의 핵심인 인적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와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과 더불어 대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자원은 바로 학생이다.

대학의 학생은 학부생과 대학원생으로 구분된다. 입시 및 취업과 관련하여 학부생에 대한 많은 사회적 관심에 비해 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실상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원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교수와 대학원생이 협력하고 연구하면서 성과를 창출하고, 대학원에서 양성된 대학원생들이 산업계와 학계로 진출하여 진일보한 성과를 만들어가는 선순환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교수와 대학원생이 함께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속에서 대학의 경쟁력은 강화된다.

이에 우리 정부도 20여 년 전부터 학문후속세대 양성사업(BK21·Brain Korea 21)을 통해 대학원생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투여하고 있다. 석·박사급 인력양성을 위하여 추진하는 인재양성 지원 사업이다. 현재는 BK21 FOUR 사업을 통해서 대학원생들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라는 직업으로서의 불투명한 미래와 경제적 요소를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대학원 진학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우수한 입학자원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고 이는 대학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수도권 취업을 희망하듯이 그나마 대학원에 관심 있는 지역 학생들도 대학원 진학은 서울을 생각한다.

그럼에도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는 여러 방안을 마련하여 대학원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BK21 FOUR 사업의 2022년도 대학원혁신 영역평가에서 경북대는 국립대 중 1위를 차지하였다.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세계적인 연구역량과 최고의 강의역량을 갖춘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북대의 대학원 진학률은 예전만 못하다.

지역의 대학과 기업들은 지역 청년들을 지원하고 상생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노력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의 지역에 대한 무관심에 때로는 그 준비와 노력이 사회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의 청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이 없다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 주위의 청년들에게 학문이든, 취업이든 지역에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도 권유하고 조언해야 한다. 지역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지역에 눈을 돌리는 지역의 인재들이 보다 많아져 지역 대학원에 진학하고, 지역에 녹아들어 산업과 학문에 기여해야 대학원이 살고 대학이 산다.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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