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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영남일보DB |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지난해 영남일보 취재진은 이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과거 예방접종 부작용 관련 판례를 분석(영남일보 2021년 8월23일자 8면 보도)했다. 당시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백신 이상반응 주장이 잇따랐지만, 인과성 인정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소송을 통해서라도 구제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로부터 1년 뒤 코로나19 백신(이하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 관련 소송에서 접종자(원고)가 승소했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에 영남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이번 판결에 대해 다뤄본다. 첫 번째로 판결 내용에 대한 분석이다.
◆판결 주요 내용은
30대 남성 A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사실이 지난 20일 전해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29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았다. 접종 다음날 발열 증상, 그 다음 날에는 양다리 저림과 부어오름, 감각 이상, 어지러움이 발생했고 5월2일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이후 병원 추가 검사에서 뇌내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 가족은 질병관리청에 진료비 337만1천510원과 간병비 25만원의 피해보상을 신청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백신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통해 A씨가 보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A씨에게서 해면상 혈관기형이 발견됐고, 다리저림 증상은 해면상 혈관기형의 주요 증상이므로, 백신 접종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A씨의 질병이나 증상이 백신 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서만 발생했다고는 단정하기 어렵고, 백신 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A씨의 질병·증상과 백신 접종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
재판부는 "원고는 백신 접종 이전에는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다"며 "원고에게 해면상 혈관기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했으나, 정확히 언제 발생했는지는 알 수 없고, 백신 접종 전에는 그와 관련된 증상이 발현된 바도 없었다. 원고의 증상이나 질병이 백신 접종과 전혀 무관하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 판단 근거는
재판부의 구체적 판단 근거 중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 백신이 가진 특성에 대한 것이다.
재판부는 "세계 각국 회사들이 매우 단기간 내에 여러 개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 상당한 기간을 거쳐 승인·허가가 이뤄지는 다른 전염병 백신들과는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허가가 이뤄지거나 일정한 조건부로 승인·허가돼 접종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백신 역시 지난 2020년 12월 긴급 승인을 받은 뒤 국내에서는 2021년 2월부터 접종이 시작돼 실제로 사용된 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 후 어떠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피해 발생 확률은 어떠한지 등은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에 대해 "백신 접종 후 비로소 이상증상이 발현됐다면, 다른 원인에 의해 이것이 발현됐다는 점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만연히 해당 증상 및 질병과 이 사건 백신 사이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백신 이상반응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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