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지방시대의 지방대학 발전 전략

  •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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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6   |  발행일 2022-09-26 제26면   |  수정 2022-09-26 06:54
'인서울' 심화로 지방大 위기

대학 일부 수도권으로 이전

사립대를 국립대 수준 지원

수험생 선호학과 위주 개편

가능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아침을 열며] 지방시대의 지방대학 발전 전략
박순진 대구대 총장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마다 신입생 모집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일단락되면서 수시모집 결과 나타난 수험생 지원 경향을 둘러싸고 대학과 교육 전문가들이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필자는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 지원자의 수도권 집중 경향이 뚜렷하다. 둘째, 거점 국립대의 입시 경쟁률이 상승하였다. 셋째, 직업적 전망이 명확한 학과 중심으로의 지원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 상황에서 지방대학은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며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비전을 확보하고 저마다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때로는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하면 의외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수시모집 결과로 나타난 수험생의 지원 경향만을 고려할 때,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대학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방안이다. 과거 수도권 대학이 지방에 분교를 설치한 사례가 있고 지방에서는 대학이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전한 전례가 있어 대학의 입지를 변경하는 일이 새롭지는 않다.

최근 지방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한 특별한 몇몇 사례를 보면 이전 이후 대학 입시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 수요가 있는 지역으로 대학이 이동하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시장친화적인 방안이다. 물론 이 방안은 여러 측면에서 현실화하기 어렵다. 우선 현행 법령과 제도하에서는 가능하지 않고, 정부 정책상 허용할 전망도 거의 없다. 무엇보다 수도권으로 대학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하지만 기업의 수도권 진출은 허용하면서 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전면 제한하는 정책 기조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 입지가 모든 다른 경쟁 요인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입지 불이익은 반드시 보정되어야 한다.

둘째, 사립대학을 국립으로 전환하거나 국립대학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일에 국립과 사립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사립대학이 국립대학이 된 사례를 보면 해당 대학이 전국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립대학의 자율적 발전은 여러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재정 상황은 이미 파탄 지경이다. 이를 보상하는 정책과 지원이 시급하다.

셋째, 수험생이 선호하는 학과 위주로 교육 편제를 개편하는 방안이다. 현재 다수의 지방 사립대학이 실제 추진하고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학다움에 대한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불필요한 학내 갈등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소는 누가 키우나?' 묻는 표현이 있다. 대학이 유행에 편승하고 시류에 영합하는 사이 지방대학에서 학문의 편중은 점차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방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 이상의 복합적 의미를 가진 공동체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에서 지식과 문화의 거점일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터전이고 문화의 중심이다. 대학은 지역 주민을 직접 고용하거나 대학 주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 공동체이기도 하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이고 공동체의 위기이다. 정부는 지방시대를 공언하였다.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 정부에서도 가능한 논의와 특별한 지원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박순진 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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