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이란의 히잡 시위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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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6   |  발행일 2022-09-26 제25면   |  수정 2022-09-26 06:55

[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이란의 히잡 시위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이란에선 또 히잡 시위가 격렬하다. 지난 9월13일 마흐사 아미니라는 쿠르드족 여성이 히잡을 바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되어 곤봉으로 구타당했고 머리를 경찰차 벽에 쥐어박힌 후 사흘 만에 숨졌다. 경찰 발표는 심장마비. 그녀의 장례식에서 분노한 여성들이 항의 표시로 히잡을 벗어던졌다. 이 소식이 이란 전역에 일파만파로 퍼지자 많은 여성은 히잡을 벗어 공중에 휘두르거나 불사르는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최고지도자에겐 죽음을!" "도덕경찰 타도!"를 외치며 시민들이 거리에 나오자 경찰은 발포를 했다. 3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여성들은 '이슬람 복장'을 강요받았다. 차도르를 입든지, 히잡을 쓰면 헐렁한 외투를 걸쳐서 몸매가 드러나지 않게 해야 했다. 그런 복장에 만족하는 여성은 몇이나 될까. 그들은 화려한 색깔의 히잡, 매력적인 앞머리, 허벅지까지만 내려오는 외투, 조이는 옷, 진한 립스틱으로 멋을 부리기를 원한다. 성직자들의 눈엔 그런 복장은 남성에게 성적자극을 유발하는 것. 현 대통령은 여성 복장에서 이슬람사회가 '타락'했다고 보고 강경조치를 취했다. 체포되는 여성이 속출했다. 어떤 여성은 구두가 '에로틱'해 잡혀 왔다. 1983년 히잡 미착용은 74대 태형이었지만 최근은 60일까지 구류. 그러나 아미니의 죽음으로 불붙은 히잡 반대 시위는 그 궁극적인 목표가 최고지도자의 독재타도에 있다. 남성들도 가만있을 리 없다. 83세의 거동이 불편한 하메네이. 그의 33년 독재 때문에 국민은 자유를 잃었고 나라의 경제가 무너졌지만 그는 아들까지 차기 후계자로 삼으려는 노욕에 사로잡혀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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