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심재휘 / 쇠물닭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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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6   |  발행일 2022-09-26 제25면   |  수정 2022-09-26 06:55

쇠물닭 한 마리가 물가에서 몸을 씻는다

빨간 부리로 물을 연신 몸에 끼얹지만

날개깃에 묻는 시늉만 하고 흘러내리는 물

날개를 들어 안쪽의 깃을 고르고

흉한 발은 물에 감추고

참 열심인 저것

이내 천천히 헤엄쳐서 간다

돌아서 있는 쇠물닭 한 마리에게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물 한가운데로 심재휘 / 쇠물닭


여름날 강이나 저수지에서 검은 머리와 붉은 부리의 새를 먼발치나마 보았다면 틀림없는 쇠물닭이다. 쇠물닭은 어쩔 수 없이 부지런한 조류이다. "날개를 들어 안쪽의 깃을 고르고 흉한 발은 물에 감추고 참 열심인 저것"은 쇠물닭을 닮은 어쩔 수 없이 부지런한 우리가 아닌가. "돌아서 있는 쇠물닭 한 마리에게로"처럼 돌아서 있는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나는 쇠물닭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세상 속으로 헤엄쳐서 간다. 그리고 하루의 땀을 씻기 위해 물을 연신 몸에 끼얹지만 흘러내리는 물 때문에 생활의 피곤한 냄새는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흉한 발은 몸의 안쪽에 감추면서 참 열심히 살아온 우리처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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