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트렌드 스토리] 힙한 전통주 이야기…MZ세대, 전통酒 매력에 빠지다

  • 이재훈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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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30   |  발행일 2022-09-30 제37면   |  수정 2022-09-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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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안동소주 〈영남일보 DB〉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발전된 사회에서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레트로 열풍'이다. Z세대 사이에서는 유행이 한참 지난 패션 아이템이나 브랜드 로고를 일부러 매치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들 사이에서 '진정한 옛것'인 전통주 또한 다시금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전통민속주협회에 따르면 '전통주'라는 용어는 아직 법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전통주에 대한 정의는 전통주의 발달과 그 배경을 살펴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정의는 확실하지 않지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공감성과 문화성이 깃든 술을 아울러 전통주라고 칭하는 것이다.

젊은층 레트로 열풍 속 전통주 가세
연속 증류 '안동소주' 숙취없어 각광
세련된 병 디자인과 깔끔한 맛 '화요'
바닐라·땅콩 등 프리미엄 막걸리 유행
제과 등 다양한 컬래버 버전도 인기


◆안동소주

봄이 오면 씨를 뿌리고 가을에는 수확하는 농경 세시에 사용되었던 '농주'와 계절 세시에 따른 청명주와 두견주, 이화주, 국화주 등이 있고, 명절 세시에 사용되었던 설날의 도소주, 단옷날의 창포주, 추석날의 햅쌀술 등 그 종류와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오랜 세월 조상 대대로 가문과 집안마다 고유한 비법으로 전해져 내려온 집에서 빚은 술인 '가양주'가 전통주의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전통주는 조주하는 방법이 집안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특징이 지역에 따라 나뉜다. 특히 경북 안동지방의 증류식 소주인 안동소주가 가장 유명한 전통주로 자리매김하였다. 안동소주는 전통주의 특징인 가양주로 전승되어 온 안동지역의 명문가의 술이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의 박재서와 조옥화가 증류식 소주 제조법을 계승하고 있다.

안동소주가 MZ세대에게도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숙취가 없다는 점이다. 이 비결을 안동소주의 조주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안동소주를 빚는 데 들어가는 누룩은 직접 만드는 것이 원칙이며, 연속 증류방식으로 만들어지면서 불순물은 완벽하게 제거된다. 발효가 끝난 전술을 소주고리로 증류하면 안동소주가 완성된다. 이때 처음 나온 술은 알코올 함량이 70%나 되지만, 도수는 45%까지 낮아진다. 제대로 만든 안동소주는 고도주이지만 입안에 향기가 은은하게 남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전통주가 MZ세대에게 관심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 때문이다. 원소주는 강원도 원주의 모월, 충북 충주의 고헌정 등의 국내 양조장들과 협업하여 만들어진 국내산 쌀 100%인 전통주이다. 원소주는 알코올 도수 22%의 고도주이며 감압식 증류법으로 제조하여 옹기에서 2주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 후 병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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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까지 진출하며 세계시장에서 인기 있는 막걸리.

◆증류식 소주의 리더 화요

증류식 소주의 유행은 '화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화요는 도자기를 만드는 광주요에서 출시했으며, 병 디자인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안동소주만큼 전통이 있는 증류식 소주는 아니지만, 감압증류방식을 채택하여 깔끔한 향과 맛이 특징이다. 화요는 하이볼로 먹는 것을 시작으로 유행이 시작되었다. 하이볼은 칵테일 제조법의 일종이며, 얼음을 채운 글라스에 증류주와 탄산음료, 과일 등을 넣어 만든다. 화요는 알코올 도수 51%와 41%로 강한 도수가 특징이다. 이에 토닉워터와 레몬 조합이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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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막걸리마케팅

전통주의 부활은 막걸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막걸리는 쌀로 밑술을 담고 청주를 여러 번 체에 걸러내는 양조주다. 맑은 술인 청주의 반대되는 흐린 술인 탁주의 한 종류이며, 막 걸러냈다고 하여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막걸리는 도시보단 시골, 젊은 사람의 바(bar)보단 나이가 든 사람의 식탁에 어울리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제주도 우도의 특산품인 땅콩을 이용한 땅콩 아이스크림과 땅콩 막걸리가 유행하면서 막걸리의 부활을 알렸다.

땅콩 막걸리의 유행을 등에 업고 막걸리 시장은 새로워졌다. 트렌디한 패키지로 사랑을 받은 복순도가 손막걸리와 달달한 나루 생막걸리, 멜론 향이 특징인 술 헤는 밤, 없어서 못사는 죽향도가 대대포 블루 등이 등장했다. 특히 죽향도가 대대포 블루는 2020년 '우리술 품평회'의 탁주 부문 대상을 받은 막걸리이다. 이들의 특징은 촌스럽지 않은 패키지와 순수 막걸리 맛보다 바닐라, 땅콩, 바나나 등을 이용해 프리미엄을 더한 것이다.

◆미국으로 진출하는 전통주

특히 막걸리는 미국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2019년 미국 뉴욕에 출시된 '마쿠(Makku)'가 그 주인공이다. 마쿠는 막걸리의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국인들에게 친숙하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RTD(Ready To Drink)'가 유행하고 있다. 마쿠의 알코올 도수는 6%며, 오리지널, 블루베리, 망고 등의 여러 맛이 준비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이 술에 탄산음료나 주스 등을 섞어 가볍게 마시는 RTD의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막걸리의 인기는 다양한 컬래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막걸리 브랜드인 서울 장수 막걸리와 제과점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는 '장수 막걸리 쉐이크'를 선보였다. 장수 막걸리 쉐이크는 알코올 도수 1% 미만으로 막걸리의 이름은 붙어있지만, 쉐이크에 치중한 모습이다. 알코올은 적지만 가득한 향을 통해 막걸리의 느낌을 전달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쌀알이 특징이다. 또한 막걸리 브랜드 국순당과 크라운제과의 '죠리퐁'을 컬래버 한 '국순당 쌀 죠리퐁당', 해태아이스크림과 함께 한 '국순당 쌀 바밤바밤', 한강주조와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의 '표문 막걸리' 등도 함께 출시되었다.

전통주는 무엇보다 '가장 오래되었으나, 가장 최신식'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가무의 민족인 우리가 이름 그대로 전통주의 전통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영진전문대 호텔항공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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