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개발과 보존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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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7   |  발행일 2022-10-07 제23면   |  수정 2022-10-07 06:48

보존과 개발 논리의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웬만한 개발사업에는 환경을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훨씬 큰 이득이라는 개발 반대 측과 당장 경제적 생존을 위해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선다. 문제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어서 대부분 논리적 설득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으로 결정돼 늘 아쉽다.

맨발 걷기와 힐링 명소로 이름난 문경새재가 최근 전동차 연장 운행을 두고 보존과 활용 정도의 개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현재 전동차는 관리사무소에서 제1관문을 지나 사극 촬영장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까지 1㎞를 운행한다. 문경시가 노약자 등을 위해 3㎞ 정도 연장해 제2관문까지 운행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하고 시범 운행에 나서자 일부 시 의원과 시민 등이 반대하고 있다. 다른 사업처럼 경관이나 형상을 변경하는 개발은 아니지만, 문경새재 흙길을 맨발로 걷거나 호젓하게 산책하는 사람에게는 전동차나 작업차 등 모든 차량이 눈에 거슬린다. 매연도 문제고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문경시가 전동차 운행을 연장하려는 것은 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배려뿐 아니라 제3관문까지의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즉 경제적 효과가 큰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의도다. 문경시는 탐방객이 적은 평일에만 운영하고 노약자 등으로 이용대상을 제한하는 등 전동차 운행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개발의 손길을 피한 덕분에 옛길과 자연을 잘 보존한 문경새재다. 국가 지정 명승 문경새재가 계속 명성을 이어가길 희망한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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