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까지 치솟은 기준금리가 다음 달 한 차례 더 오를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한은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한 배경으로 높은 물가 상승률과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을 꼽았다. 기준금리 상승 기조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져 3.5%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5%대라면 금리인상 기조를 가져가겠다"며 "현재 물가 전망에 따르면 내년 1분기까지 5%를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물가 상승률이 5%대가 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우리나라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물가 오름세를 꺾기 위해 물가 중심으로 경제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환율과 관련해 이 총재는 "이번 인상이 환율 때문만은 아니지만 9월 원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된 게 주된 요인 중 하나"라며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는 수입 물가를 올려서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친다.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 부분 지연시킬 위험이 늘어나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및 이자 부담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경제 전체로 봐서는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며 "지난 2∼3년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라가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게 금융불안의 큰 원인 중 하나였다"고 꼬집었다. 이번 빅 스텝으로 가계와 기업을 합해 이자 부담액은 12조2천억원 정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다음달 열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당분간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다음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히 다음 달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에 따라 전 세계 경제상황이 변화될 것인 만큼 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금리 사이클상 기준금리 정점이 3.5% 수준이 될 것으로 보는 시장 예상에 대해선 "다수의 금통위원들이 크게 다르지 않게 보고 있다"면서도 "그보다 낮게 보는 금통위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3.5%를 찍어서 금리인상을 중단한다는 게 아니라 많은 금통위원들이 3.5% 수준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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