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詩誌' 쓴 상희구 시인, 한글학회 표창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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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08:06  |  수정 2022-10-20 08:07  |  발행일 2022-10-20 제20면
집필 11년·구상 등 제작기간 20년
10권짜리 연작시집 지난해 마무리
경상도 사투리 2만여 어휘 발굴해우리말 아름다움 알린 공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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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짜리 연작시집 '대구시지'를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한글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한글학회로부터 '국어운동 공로 표창'을 받은 상희구 시인이 '경상도 사투리 사전'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여 년간 고향에 대한 사랑 하나로 써온 글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2010년 발행된 1집부터 지난해 펴낸 마지막 10집으로 마무리된 '대구시지(大邱詩誌)'를 쓴 상희구(79) 시인이 최근 한글학회로부터 국어운동 공로 표창을 받았다. 집필은 11년이지만 집필하기 전 작품 구상에 5년, 현지답사와 자료수집에 5년을 합치면 제작 기간은 20년을 넘어선다.

현재 삶의 터전은 서울에 있지만 고향인 대구 사랑은 여전하다. 어릴 적 행복하면서도 아픈 추억이 많았기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컸고, 서울에 살면서도 고향을 잊지 못해 고향의 정감 어린 말을 찾아내 대구만의 색깔, 어투가 그대로 묻어난 대구시지를 내게 됐다. 이 시집이 매개체가 돼 지금도 일주일에 1~2차례를 고향을 방문한다.

상 시인은 "딱히 위로받을 상대도 없었던 어린 시절, 가난에서 오는 고통을 달래기 위해 고향의 오만 군데를 쏘다녔다"며 "기억의 각질이 떨어져 나온 것이 바로 대구시지"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지는 대구의 서정을 비롯한 모든 인문지리, 즉 대구의 풍물·음식과 명소·인물·경상도 사투리·사찰과 사원·전설과 설화·민요 등이 담겨 있다.

문화평론가 고형진은 대구시지 1집 해설에서 "대구시지는 방언의 구사에서 자기 개성의 절정을 이룬다. 우리 현대시사에서 방언시의 계보는 소월, 영랑, 백석, 목월 등으로 이어지는데 대구시지는 이러한 방언 시의 전통과 미학을 계승하면서 이 모두를 아우르고 넘어서는 방언 시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상 시인도 "대구시지의 가장 큰 덕목은 그동안 잃어버렸던 우리네 고향의 말인 경상도 사투리를 최대 2만여 어휘까지 발굴, 복원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한글학회는 이러한 문학활동을 통해 민족문화를 널리 알리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각인시킴으로써 한글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로 상 시인에게 국어운동 공로 표창을 수여했다.

경상도 사투리에 천착해 대구시지 발간이라는 긴 여정을 마친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경상도 사투리 사전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는 "대구시지를 통해 발굴, 복원한 어휘들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이들 어휘를 사전으로 담아 시민이 좀 더 쉽게 사투리를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글·사진=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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