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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마약'을 검색어로 해 본 결과, 대구지역에서만 수십건에 달하는 상호·음식명이 검색됐다. 배달앱 캡쳐 |
음식 앞에 마약을 붙이는 일명 '마약○○' 마케팅이 새삼 논란이 되고 있다. '중독될 만큼 맛있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이같은 방식의 마케팅이 마약을 무의식중에 긍정적으로 인식케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약 마케팅'은 이미 일반화되고 있다. 특정 메뉴의 원조 격인 이름난 식당들은 메뉴 앞에 마약을 붙여 '마약○○'으로 칭하며 웹사이트나 블로그에서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에 마약이 들어간 음식점은 전국 총 203곳이며 올해도 23곳이 개업했다. 대구만 해도 12곳, 경북은 9곳이 영업 중이다. 상호외에도 이름 앞에 '마약'이 들어간 마약 주스, 마약 쿠키 등으로 불리는 음식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마약국밥·마약떡볶이·마약김밥·마약빵·마약옥수수 등 '마약'이 붙은 음식명이 늘려 있다.
무심코 인지하던 마약 마케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한때 마약 청정국이라던 우리나라가 최근들어 마약 사범이 증가하면서 더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는 배경 때문이다. 마약 마케팅의 부작용까지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대검찰청의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7년 1만4천123명이던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1만6천15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10·20대 마약사범은 같은 기간 1천550명에서 3천236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최근 마약 등 유해 약물을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아예 표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발의에 시민들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A씨는 "마약범죄가 많아지고 논란이 되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인간의 삶을 파괴한다는 마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마약 마케팅이 은연중 희석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법개정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역시 학부모인 B씨는 "마약이라는 것이 위험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름은 이름일 뿐이라 생각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보현 경북대 교수(경영학과)는 "마약의 위험성이 크고 단어의 어감이 좋지 않아 해당 법 개정의 취지는 이해하며, 동의하지 않을 분들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말 그대로 '중독될 만큼 맛있다'라는 의미일 뿐이고, 그것이 경각심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법적 규제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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