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2일 열린 '2022 대구 노동인권 페스티벌'에 마련한 SPC그룹 산재 사망 청년 노동자 추모 공간에 추모 메모가 가득하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제공> |
![]() |
지난 22일 열린 '2022 대구 노동인권 페스티벌'에서 SPC그룹 산재 사망 청년 노동자 추모 및 SPC 불매 운동을 함께 진행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제공> |
파리크라상·SPC삼립·SPL·샤니·호남샤니 등 계열사로 두고 있는 SPC그룹 계열 제조공장 사망사고 여파가 계속되면서 대구에서도 SPC 제품 불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PC 계열 제조공장에서 이달에만 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인 경기도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작업하던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했으며, 지난 23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노동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껴 절단됐다.
하지만 SPC그룹의 부실한 사고 수습 과정이 드러나며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20대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현장에 천을 둘러놓고 다른 기계들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은 물론, 여론이 나빠지자 평택공장 문을 닫고 일부 직원을 대구공장으로 파견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20대 노동자 사망 사고에 대한 사과와 안전 시스템 보강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악화된 여론을 달래지는 못했다.
전국적으로 SPC 비판이 커진 가운데 대구지역 노동단체도 사망한 20대 청년 노동자를 추모했다. 지난 24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SPC 계열사 평택 제빵공장 끼임 사망사고가 일어난 비상상황에서조차 40대 노동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SPC그룹 내 사업장들의 산재 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장 노동자에게 진정 있는 사과와 제대로 된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그룹 내 모든 사업장에 산재 예방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각 계에서도 SPC를 규탄하는 1인 시위, 추모 메시지 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이 주관한 '전국 동시다발 3차 파리바게뜨 매장 앞 1인 시위'가 대구지역 일부 파리바게뜨 매장 앞에서 열렸으며, 지난 22일 열린 '2022 대구 노동인권페스티벌'에서는 'SPC 산재 사망 청년 노동자 추모 공간 : 추모 메시지 작성' 부스가 마련되기도 했다.
SPC그룹 계열사 불매 의사를 밝히는 대구시민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구지역 한 맘카페에는 "사고 난 사람이 내 가족, 친척, 친구가 될 수 있다. 독점 체제이다 보니 SPC 빵을 평생 안 먹고 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사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고 사게 될 것 같다"는 게시글 올라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너무 화가 난다. 혼자서라도 기업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이 자칫 SPC그룹 계열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장인 A(여·32·대구 북구)씨는 "지인이 SPC 계열의 자영업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불매운동이 업주만 죽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SPC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서민들에게 최대한 타격이 가지 않도록 불매 운동 외 다른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SPC그룹 계열사 5곳의 빵류 제조업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이남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