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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국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 내 구급상황(상담)요원 지시에 의한 심폐소생술 일러스트. 질병관리청 제공 |
서울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로 숨진 사람들의 사망 원인이 대부분 흉부 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알려지면서,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의 중요성이 재조명 받고 있다.
정부와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사고 경위를 종합하면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에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찾은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떠밀려 넘어져 수백 명이 깔렸다. 이후 넘어진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강한 힘에 가슴이 눌려 숨을 쉬지 못했고,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다.
사고 직후 이태원 거리를 가득채운 인파로 소방당국의 구조가 늦어지자, 시민들이 직접 심폐소생술에 나서기도 했다. 구급대원과 경찰이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에 주변 행인들과 상인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길바닥에 무릎을 대고 심폐소생술에 참여했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한 시민이 "의사나 간호사 출신, 심폐소생술이 가능한 사람 계십니까"라며 불러 모으자, 군중 속에서 시민들이 하나둘씩 나와 현장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뉴스나 영상을 통해 심폐소생술 장면이 노출되면서, 대구 시민들도 다시 한번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5)씨는 "학교에서 배워보지 못해 현장에 있었어도 도움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필수 교육과정에 포함해 전 국민이 매뉴얼을 안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0)씨는 "남자들은 군대에서 배우곤 하는데, 막상 눈앞에 환자가 있으면 매뉴얼대로 하지 못하고 당황할 것 같다. 당황하지 않으려면 꾸준한 교육과 실습이 필요한데 필수적인 교육과정은 없지 않냐"며 아쉬워 했다.
골든 타임은 심장정지 후 4~5분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심정지가 발생하면 온몸으로의 혈액 순환이 중단되기 때문에 바로 조치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멈춘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 시켜 뇌의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이 마비 상태로부터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명을 구할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또한, 심폐소생술을 효과적으로 시행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환자의 생존율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인들은 구조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심폐소생술을 제때 시행했다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심폐소생술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간호사 A씨는 "흉부 압박 위치만 비슷해도 심장에 압력을 가해줄 수 있으니 도움이 될 수 있다. 압박 자체가 강제로 눌러서 혈액순환을 시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압박의 위치와 깊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하니 학교나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배운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심폐소생술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의 경우 다수가 일반 질식의 경우로 추정된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까지 구조 작업 시간을 조금 앞당겼다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인들의 CPR도 골든타임 내 시행되면 장기의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의료진의 전문 심폐소생으로 이어진다면 환자가 살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한 김 교수는 "세월호 사건 이후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매년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생의 경우에는 권장사항이라 필수가 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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