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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안병근올림픽기념유도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조문객이 헌화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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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공유 플랫폼 '지식인' 캡처 |
"이태원 참사, 전조(前兆)는 있었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충격적인 압사 참사가 발생해 156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당시 사고 발생을 예상할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전조들이 확인되고 있다. 그 위험 신호들에 우리 사회가 조금만 귀를 기울였다면, 비극적인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뒤늦은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후회와 함께.
우선 압사 사고 몇 시간 전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 중에는 "압사를 당할 것 같다"고 우려하는 내용도 여러 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이번 사고 관련 입장 발표를 하며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에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조는 '상식의 영역'이었다. 올해는 예년의 핼러윈데이를 앞둔 주말보다 이태원을 찾는 인파가 더 많을 것이란 예측이 상식적으로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 이번 핼러윈데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의 '노 마스크' 행사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핼러윈 토요일'에 이태원을 찾은 인파는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태원역 하차객은 총 8만1천57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핼러윈데이를 앞둔 토요일(10월 30일) 이태원역 하차객 3만1천878명의 2.6배 수준이라고 이 의원 측은 밝혔다.
대구의 한 음식점 점원은 "원래도 주말 첫날인 토요일에 사람들이 즐기러 많이 나온다. 31일 핼러윈데이가 월요일이니, 당연히 핼러윈을 앞둔 29일 토요일, 도심 주요 '핫플레이스'가 심하게 붐비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전조는 온라인 상에서도 발견돼 재조명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열흘 전인 지난 달 18일, 네이버 '지식인'에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29일에 사람이 많을까요? 30일이 더 사람이 많을까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다음 날인 지난 달 19일, 해당 질문에 누군가가 답을 달았다. 작성된 답글에는 "토요일에 사람들이 많이 와요. 당연 29일 토요일에 사람들이 더 많이 와요"라고 적혀 있다.
지식인에서는 비슷한 시기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대해 묻는 또 다른 질문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달 16일 한 네티즌은 '10월 29일 이태원'이라는 제목으로 "보통 31일(핼러윈 당일)에 코스프레 하나요? 29일에는 코스프레 하는 사람 없을까요?"라는 질문을 남겼다.
'29일 이태원' 관련 지식인 질문을 봤다는 정모(27·대구 북구)씨는 "지난 달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을 듣고 보니 지식인에 올려진 질문과 답이 다르게 보였다. 당시엔 평범한 질문과 답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불길한 전조였다"고 했다.
각종 방재 관련 연구를 해온 계명대 장준호 교수(토목공학과)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과거의 패턴과 이태원 골목길의 구조적 특성 등을 살펴보면 이번 사고는 어쩌면 충분히 예견되지 않았나 싶다"라며 "대형 압사 사고가 아니더라도, 갑자기 인파가 몰리면 어떤 사고든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가 각자의 영역에서 좀 더 안전하게 대비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각종 재난 대비책을 재점검하고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사회 환경과 문화가 변하면,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위험의 패턴도 달라진다. 그에 대한 적절한 '방패'를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군중 밀집도 기준에 따른 관리 매뉴얼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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