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은도 연속 빅스텝 밟나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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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4  |  수정 2022-11-03 09:09  |  발행일 2022-11-04 제2면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오는 24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올렸다. 6월과 7월, 9월에 이어 이례적 4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다. 아직 중앙은행이 갈 길이 남았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파월은 "금리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FOMC) 회의가 될 수도, 아니면 그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3.00%)과 미국(3.75∼4.00%) 기준금리 격차는 0.75∼1.00%포인트로 벌어졌다. 1%포인트는 지난 2018년 3월∼2020년 2월 당시 최대 격차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 인하기였기 때문에 현재와는 사정이 다르다.

연준이 다음 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 또는 빅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은이 오는 2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연말까지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소 1.25%포인트(연준 빅스텝 시), 최대 1.50%포인트(연준 자이언트 스텝 시)로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진 '금리 역전기' 중 최대 격차는 2000년 5~10월 당시 1.50%포인트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5%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고, 미국이 강한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오는 24일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로 굳어져 인상폭이 주목받고 있다.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원화가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은 높아져 물가는 더욱 치솟을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두 번째 빅스텝 결정 뒤 "금통위원들이 인상 기조는 이어가되 11월 인상 폭에 대해서는 여러 요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구체적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를 자제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0월 소비자물가 지표(전년동월대비 5.7% 상승)에서 뚜렷한 물가 정점 통과가 확인되지 않았고,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증시·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가거나 9월과 같은 급격한 원화 절하가 다시 나타날 경우 10월에 이어 다시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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