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가이드] 투자계약에서 '위약벌'이란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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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3 18:54  |  수정 2022-11-14 08:24  |  발행일 2022-11-1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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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투자계약상 위약벌 조항의 효력이 문제된 판결이 선고됐다.

기업이 RCPS 신주인수계약에서 정한대로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투자자에게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고, 이에 대해 투자자가 의무 위반을 근거로 기업에 조기상환 및 위약벌 청구를 한 것이 사안의 요지이다.

고법은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 효력을 인정하게 되면 해당 주주가 타 주주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점, 배당가능이익과 무관하게 언제든 출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반환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들어 이 서면동의 약정과 조기상환 및 위약벌 약정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금 회수를 위한 최소한의 담보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실제 하급심은 고법과 결론이 달랐다.

아직 사안은 대법원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전동의권, 위약벌 등 투자계약에서 민감한 쟁점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그 어느 때보다 이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사전 동의권과 조기상환권에 관한 부분은 추후 별도 다루고, 이번엔 위약벌에 관한 내용을 들여다본다.

투자받은 돈의 배액 이상을 반환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위약벌'은 자칫 회사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조항 같다. 위약벌이란 무엇일까?

먼저 손해배상 조항의 체계부터 살펴보자. 계약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조항 중 하나가 손해배상에 관한 것이다.

가장 기본적 형태는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손해를 모두 배상한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이 조항은 실제 분쟁 상황에선 그다지 파괴력이 크지 않다. 발생한 손해가 금전으로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고 그 손해가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합리적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액수도 인과관계도 모두 청구하는 쪽에서 증명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의미가 적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조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다.

손해가 발생했을 때 배상해야 할 금액을 당사자가 합의해서 '의무를 위반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액수는 00원으로 한다'라는 식으로 정해 두는 것이다. 정하기에 따라 계약 위반 책임을 물어 전 재산을 주는 것으로 할 수도 있다. 언뜻 엄청난 조항으로 보이지만 우리 법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법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조항이 과도할 경우 제반 사정을 고려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 실무에서 손해배상액 직권 감액은 마치 교통사고에서의 과실비율 적용처럼 흔히 있는 일이다. 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은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경우 다른 특약이 없는 한 초과손해에 대해 추가 청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나오는 게 바로 '위약벌'이다. 의무 위반에 따른 대가 지급을 예정한다는 점에서 손해배상액 예정과 유사해 보이지만 위약벌은 말 그대로 의무를 어긴 데 대한 '벌'이다. 지급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어서 손해배상액 예정과 달리 실제 손해를 모두 청구할 수 있다. 위약벌이 강력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의무 위반에 대한 위약금을 정했을 때 그 내용이 애매할 경우 위약벌로 해석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주장 및 증명돼야 한다.

위약벌 역시도 공서양속에 반할 정도로 과다할 경우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단, 손해배상액 예정과는 달리 당사자의 주장이 없다면 법원이 위약벌을 직권 감액할 수 없다. 투자계약서를 날인할 때 사전에 교환된 term-sheet의 기본 조건 위주로만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돈을 주는 쪽이든 받는 쪽이든 의도한 내용이 계약서에 잘 반영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계약 당사자의 책임인 만큼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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