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언더도그의 반란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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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5 06:38  |  수정 2022-11-25 06:35  |  발행일 2022-11-25 제23면

사우디아라비아가 23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카타르 월드컵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은 '기적'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살만 국왕에게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51위이고, 아르헨티나는 3위이다. 더욱이 아르헨티나에는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가 있다. 그런 아르헨티나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겼다. 카타르 월드컵의 최대 이변이자, '언더도그의 반란'이다. 언더도그(Under dog)는 상대적 약자를 뜻한다. 투견장에서 아래에 깔린 개를 부른 데서 비롯됐다. 언더도그의 반란은 또 일어났다. FIFA 랭킹 24위인 일본이 11위인 '전차군단' 독일을 2-1로 눌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전통의 축구 강호를 누르면서 카타르 월드컵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있다. 아시아 돌풍의 진원지가 된 셈이다. 아시아 축구는 월드컵에서 언제나 언더도그 신세이다. 유럽과 남미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 일쑤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카타르와 이란이 패한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이 반란을 주도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언더도그의 반란은 늘 존재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스페인, 이탈리아를 차례로 누르며 4강 신화를 썼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에 2-0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공이 둥글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포츠의 묘미다. 강자가 늘 이기는 게임은 재미가 없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세상사도 그렇다.

조진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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