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청도 힐링 여행 .2] 이서·풍각·각북의 길들...길이 길을 만들어…청도비슬산둘레길 곁길로 새는 '몰래길'까지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 |
  • 입력 2022-11-29 07:01  |  수정 2022-11-29 07:06  |  발행일 2022-11-29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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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에서 풍각면 성곡리의 철가방극장까지 이어지는 '청도 몰래길'. 개그맨 전유성과 최복호가 만든 '몰래길'은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몰래 남겨 자신만의 추억을 만드는 길이다.


옛 문헌인
'오산지(鰲山志)'에 의하면,
'청도(淸道)'라는 명칭은
'산과 시내가 맑고 아름다우며,
큰 길이 사방으로 통한다
(山川靑麗 大道四通)'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동서로 긴 지형의 청도는
읍내를 중심으로
산이 많은 동쪽을 산동,
들이 넓은 서쪽을 산서라 칭하는데
산서~읍내~산동을 잇는
등뼈 같은 도로를 청려로라 한다.

청려로는 바로
'산과 시내가 맑고 아름답다'는
청도의 이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길이며
이 길로부터 많은 큰길들이
사방으로 통한다.

그중 산서에서 대구로 향하는 이서로와
헐티로 역시 청려로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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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타운은 한국 코미디 역사 100여 년을 재조명하고 체계적으로 보존·전시하는 박물관이다. 정원에는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인 구봉서의 동상이 있는데 그의 손등을 만지면 복을 받고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한다.

◆이서면 이서로는 청도 관문

이서면은 산서에서 가장 큰 면이다. 뒤로는 삼성산(三聖山)이 높이 솟아 있고 앞으로는 청도천이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 이서(伊西)는 청도 지역의 초기 성읍 국가인 이서국에서 따 온 이름이며 그 중심을 흐르는 길이 이서로다. 이서로는 대구 파동에서 가창 삼산리 지나 청도로 들어가는 팔조령 터널에서 시작된다. 팔조령은 과거 동래에서 한양으로 가는 영남대로의 주요 길목이었으니 이서로는 청도의 관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팔조령을 지난 이서로가 이서면의 너른 분지 속으로 내려앉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청도박물관이다. 이곳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사료에 이르기까지 청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역사·문화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청도의 관광지와 문화재·유적지를 비롯해 각종 특산품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서국의 실체를 조명하는 영상과 청도 지역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실제 생활 유물도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청도박물관은 매년 다양한 기획전시를 열고 있고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청도박물관 바로 옆에는 한국 코미디타운이 자리한다. 청도를 한국 코미디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곳은 한국 코미디 역사 100여 년을 재조명하고 사라져가고 있는 재담·만담·악극 및 방송 코미디에 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또한 생활관과 공연장 등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코미디언을 꿈꾸는 이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아카데미 공간도 있다.

타운에 들어서면 한국 코미디의 역사를 다양한 체험과 함께 접하게 된다. 웃음 요술램프·몸 개그 훈련소·코믹 분장실·개그 오디션 등의 체험이 가장 인기가 많다.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인 1950∼60년대의 영화도 상시 상영하고 있으며 코미디 관련 도서와 대본 및 각종 서류도 전시되어 있다. 정원에는 한국 코미디계의 대부인 구봉서의 동상이 있는데 그의 손등을 만지면 복을 받고 웃을 일이 생긴다고 한다.

산서~읍내~산동 잇는 '청려로'가 축

가창서 팔조령 넘으면 청도의 관문
이서로엔 청도박물관·코미디타운
자계서원 등 들렀다 청도천 건너면
물길 시작 천변 300~400년 금곡숲

대구 향한 또다른 길 각북 헐티로
천년고찰 용천사·둘레길로 잇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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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박물관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사료에 이르기까지 청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역사·문화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청도의 관광지와 문화재·유적지를 비롯해 각종 특산품도 소개하고 있다.

◆삼성산길과 자계서원길

이서면은 산서에서 집성촌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된 집과 재실도 많고 기리고 기억할 만한 서원도 여럿이다. 이서로를 따라 달리다 금촌리와 학산리 입구에서 삼성산을 향해 깊이 뻗어 있는 삼성산길로 들어선다. 삼성산은 세 명의 성인이 난 곳이라 생긴 이름이라 하는데 산의 세 봉우리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성산길을 따라 약 1㎞ 정도 들어가면 금촌리 풍양지를 바라보는 자리에 동계(東溪) 이운룡(李雲龍) 장군과 향산(鄕山) 이백신(李白新)을 모신 금호서원(琴湖書院)이 있다.

동계 선생은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우고 경상우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에 이른 분으로 이순신 장군이 가장 아꼈던 장수 중 한 명이라 전해진다. 향산 선생 역시 임진왜란 때 왜적과 싸운 분이시다. 후손과 유림에서는 지금도 봄과 가을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삼성산길에서 학산리로 들어서면 모산길이 있다. 모산(牟山)은 학산리의 자연마을로 '산을 의지하고 앉은 마을'이라고도 하고 '높은 지역'이라는 뜻이라고도 한다. 모산길 끝자락에 용강서원(龍岡書院)이 자리한다. 이곳은 밀양박씨 충숙공(忠肅公) 박익(朴翊)과 임진왜란 때 창의한 14의사를 제향하고 있다. 용강서원의 첫인상은 대단하다. 작은 마을에서 이처럼 규모가 큰 서원과 마주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한 가문에서 14명이나 되는 의사가 한 마음으로 왜적과 싸운 일이다. 용강서원의 충렬사(忠烈祠) 및 14의사 묘정비(廟廷碑)는 청도 지역의 창의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이서로를 따라가다 청도천을 건너기 전 서원리 자계서원길로 들어가면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을 배향한 자계서원(紫溪書院)이 있다. 조선 초 김종직의 문인이자 영남사림파의 맹장 중 한 사람인 탁영 선생은 무오사화 때 참화 되었다가 중종반정 이후 대제학에 추증된 분이다. 서원 마당에는 거대한 은행나무 두 그루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중 한그루 은행나무 앞에 '탁영선생수식목(濯纓先生手植木)'이라는 작은 표석이 서 있다. 탁영 선생이 직접 심었다는 나무다. 수령 500년 된 나무로 높이 15m, 둘레는 4.4m나 된다. 자계서원은 가을날 은행나무 순례지로도 이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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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숲은 300∼400년 이어져 왔으나 일제강점기 때 베어졌고, 지금은 남은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후계목이 울창하게 자라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금곡숲 나무들이 동시에 잎을 틔우면 풍년이 온다고 믿고 있다.

◆풍각 청려로와 각북 헐티로

청도천을 건너면서 이서로는 끝나고 청려로가 이어진다. 청려로의 시작이자 끝은 풍각면의 금곡리다. 창녕으로 넘어가는 비티재 아래 마을로 오래전 이곳 골짜기에서 쇠를 캤다고 하여 금곡(金谷)이라 부른다. 이곳에서 청도천이 시작되는데 마을 입구 천변에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어우러진 금곡숲이 있다. 숲은 300∼400년 정도 이어져 왔으나 일제강점기 때 베였고, 지금은 남은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후계목들이 울창하게 자라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금곡숲 나무들이 동시에 잎을 틔우면 풍년이 온다고 믿고 있다. 금곡숲은 2017년에 공원으로 가꿔졌다. 쉬어가기 좋은 정자와 벤치·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고 8∼9월에는 맥문동이, 9∼10월에는 꽃무릇이 장관을 연출한다.

금곡으로 향하는 청려로가 신당교차로에서 대구를 향해 내어놓은 또 다른 길이 헐티로다. 헐티로는 비슬산 헐티재를 넘어 대구 가창으로 연결되는 길로 헐티재는 창녕·밀양·부산 방면에서 각북면을 거쳐 대구로 가는 가장 높은 고개다. 헐티의 의미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는데 일설에서는 험준한 고개를 헐떡이며 넘으면 배가 고파온다고 하여 헐티재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다. 봄의 헐티로는 벚꽃으로 찬란하다. 여름은 녹음으로 장대하고 가을은 단풍으로 눈부시다.

헐티재 아랫마을인 오산리에는 천년고찰 용천사(湧泉寺)가 자리한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0년에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수행하고 돌아와 세운 화엄 십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용천사에는 용천이라 부르는 샘이 있는데 가물 때나 장마가 질 때도 늘 일정한 양의 맑은 물이 흐르고 사철 마르지 않으며 한겨울에도 어는 법이 없다고 한다. 오산리에서 비슬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지난 6월에 문을 연 청도자연휴양림이 나타난다. 편백나무로 지어진 휴양관은 청도의 특산물인 미나리, 반시 등 친근하고 재미난 이름을 가졌으며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특히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어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청도자연휴양림은 최근에 조성된 '청도비슬산둘레길'의 기점 중 한 곳이다. 청도자연휴양림에서 비슬산의 동쪽 자락을 따라 6㎞의 도란도란 이야기길과 2.6㎞ 참꽃길이 이어지고, 5㎞의 숨소리길이 남쪽으로 크게 돌아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에 닿았다가 다시 헐티로를 올라 용천사를 거쳐 휴양림 가는 6.4㎞의 타박타박 풍경길이 합해져 총 20㎞의 둘레길을 이룬다. 펀앤락에서 풍각면 성곡리의 철가방극장까지 이어지는 '청도 몰래길'도 있다. 개그맨 전유성과 패션디자이너 최복호가 만든 몰래길은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몰래 남겨 자신만의 추억을 만드는 길이다. 참 많은 길이 있다. 도처에 길이고, 길이 길을 만든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참고= 한국지명유래집, 한국학중앙연구원, 디지털청도문화대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공동기획 : 청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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