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 "3차 의료기관 쏠림 심각…경증·중증에 맞는 의료기관 찾아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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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9 07:08  |  수정 2022-11-29 07:24  |  발행일 2022-11-29 제17면
30일 '2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 관련 지역의료발전 심포지엄
의료체계 붕괴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확립·인식 개선 필요
응급실 보유한 2차 종합병원 현실·전달 체계 점검 위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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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수 대구시의사회 회장이 '2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를 통한 지역 의료전달체계 개선방향'을 주제로 오는 30일 열리는 지역의료발전 심포지엄을 앞두고 의료전달체계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오는 30일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를 통한 지역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을 주제로 지역의료발전 심포지엄을 연다. 2차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를 위해 필요한 관련 부서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통상 200개 내외의 병상에 7~9개 진료과목, 그리고 진료과목별 전문의를 갖춘 종합병원급 2차 의료기관은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원과 소규모 병원 중심의 1차 의료기관, 대학병원으로 대표되는 상급종합병원(제3차 의료기관)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다. 정부의 지원은 물론 환자들도 동네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곧바로 3차 병원을 찾아가는 탓에 2차 병원의 위치와 역할은 어중간해진 상황이다. 부모의 많은 지원을 받는 장남(상급종합병원), 귀여움을 받는 막내(의원급 개원의)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차남과 같은 모양새다. 문제는 2차 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못 하면 피해는 환자와 시민들이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구시의사회가 2차 의료기관 역할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한 대구시의사회 정홍수 회장은 "3차 의료기관으로 일반 환자들이 몰리면, 3차 의료기관에서 봐야 할 중증 환자들의 진료나 수술 대기 시간이 길어져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다시 말해 위급하지 않은 환자까지 대학병원에 몰려 정작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 진료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반면 1·2차 의료기관은 경영 악화로 문을 닫게 되고, 결국 환자들은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불편을 겪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그런 만큼 의료체계 붕괴는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시민들에게 의료전달체계의 중요성, 그리고 허리역할을 하는 2차 의료기관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를 신체에 비유하면 1·2·3차 의료기관은 뇌, 심장 등 장기들, 환자들은 각각의 장기에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소들, 의료전달체계는 이들을 장기에 공급하는 혈관들에 해당한다. 신체가 건강하기 위해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산소와 영양소들이 장기에 공급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장기들은 각각에 주어진 역할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혈관에 해당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어 중요 장기들이 제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떤 병이든 환자가 원하면 3차 의료기관 방문이 가능한 탓에 3차 의료기관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상대적으로 1·2차 의료기관 폐업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경우 신체의 건강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의료체계가 붕괴되어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환자를 경증, 중등증, 중증으로 나눌 경우, 1·2차 의료기관은 경증 및 중등증 환자를 치료하고, 3차 의료기관은 중증 환자를 치료하면서 연구 및 의대생 교육에 매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렇게 되기 위한 첫 단추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다.

▶2017년부터 지역의료전달체계 확립과 지역의료발전 관련 사업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대구지역 내 우수한 의료진과 병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의료전달체계 왜곡과 함께 지역 환자들의 불편함과 지역 경제의 손실이 증가하고 있어 2017년 9월 지역의료발전위원회 발족과 함께 같은 해 11월에 대구지역 6개 대형병원과 지역의료전달체계 확립 및 지역의료발전에 관한 업무협약식과 심포지엄을 열었다. 올바른 지역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노력의 시작이었다. 이후 2018년에는 대구지역 시민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대구지역 6개 대형병원과의 공청회, 2019년에는 2018년 이뤄진 설문조사와 공청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현장에 어떻게 반영, 개선됐는지 등도 확인했고, 이와 함께 TV다큐멘터리도 제작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로 모든 행사가 힘들어지면서 이런 노력도 잠시 중단됐다가 올해 응급실을 운영하는 2차 종합병원들의 역할과 응급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심포지엄과 함께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대구 시민의 인식 조사 등도 진행,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노력을 다시 하게 됐다."

▶시민들, 그리고 의료현장에 있는 관계자들 사이에 의미 있는 움직임은 있었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업 추진 후 1·2차와 3차 의료기관 사이 의뢰서비스 발전이 있었고, 경증 질환의 경우 대학병원이 아니라 가까운 1·2차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는 등 시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이제 다시 시작할 때다."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2차 의료기관 중에서도 응급실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가.

"최근 응급환자들의 응급실 진료와 응급의료전달 체계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응급실을 운영할수록 병원 경영이 악화한다는 점. 그리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힘든 필수 의료과에 의사지원 기피 등 구조적 원인이 크다. 하지만 3차 의료기관의 응급실을 선호하는 환자들의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설문조사와 심포지엄을 통해 의료전달체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응급실이 있는 2차 종합병원의 현실과 응급의료전달 체계를 점검해보는 동시에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시민 인식을 파악,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이들을 중심으로 심포지엄을 계획했다."

▶개원의 등 1차 의료기관에서는 실질적인 우려를 하고 있다. 2차 병원으로 진료 의뢰를 하면 환자가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런 탓에 차라리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우려를 종식하기 위해서라도 의료전달체계 사업이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의료기관마다 각각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낼 경우 의료기관이 잘 유지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등이 지원되고, 시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대한 인식도 개선된다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2차 의료기관의 경우 전문의가 많아 다른 질환에 대한 추가 진료도 가능한 탓에 1차 의료기관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또 환자들도 과잉진료 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검사가 필요한 여러 질환이 있을 때엔 어쩔 수 없겠지만, 단순 질환일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할 수 있는 환자를 2차 의료기관에서 계속 진료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긴다면 2차 의료기관 진료 시 본인 분담금 상향 조정 등을 통해 2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볼 필요 없는 환자가 쉽게 진료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홍보를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 회원에게도 보다 적극적으로 하겠다."

▶끝으로, 의료전달체계 확립과 관련해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에 관한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우리나라는 환자의 의료기관 접근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민의료보험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많은 환자가 언제든지 모든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이 아닌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 사업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다. 기나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지만, 코로나19 초기 대구 사태를 잘 이겨낸 대구시민들의 저력으로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의료전달체계가 건강하게 자리잡히면, 시민들의 건강도 더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 순간까지 대구시의사회가 시민 여러분과 함께 서 있겠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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