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 서민지,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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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1  |  수정 2022-12-01 07:00  |  발행일 2022-12-01 제1면
[영남일보와 함께한 2022년]<1>연중 캠페인 '人道를 돌려주세요'

"보행권 존중 사회 만들어요"...연간 14편·뉴스후 3편 연재

잘 지켜지지 않는 교통법규, 보행자 불편 도로 등 지적
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이면도로와 바로 연결되는 부분에 설치돼 보행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던 대구 동구청 앞 횡단보도가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인도를 돌려주세요' 보도 이후 기존 위치에서 약 4m 정도 옆으로 옮겨졌다. <영남일보DB>
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무용지물로 전락했던 경북대 북문 맞은편 '보행자 전용도로'인 로데오 거리가 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인도를 돌려주세요' 보도 이후 마침내 '차 없는 거리'로 제자리를 찾았다. <영남일보DB>
지난해 5월 대구 동구 동대구로 왕복 10차로에서 일어난 80대 어르신의 사망 사고의 한 원인에는 '완전히 보장받지 못한 보행권'도 도사리고 있었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은 "국가와 지자체는 국민이 쾌적한 보행환경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며 '보행권'을 규정하지만, 실생활에선 안타까운 예외 상황도 발생한다. 어르신이 숨지고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사고지점에 비로소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영남일보는 이 같은 보행자 교통사고를 방지하고 보행자의 권리를 찾기 위해 2022년 연중 캠페인 '인도(人道)를 돌려주세요'를 기획 연재했다. 사람중심, 인본주의의 실천은 세세하면서도 깊이 다뤄야 할 사안이다. 14편의 기사를 통해 사람보다 차량이 우선시 돼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짚었고, 인도 위 보행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을 이끌어냈다.

'인도를 돌려주세요'는 지난 10월의 서울 이태원 참사로 예기치 않은 뼈아픈 주제로 다가왔다.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 해밀톤호텔의 일부 공간이 불법 증축되면서 통행로가 더 비좁아진 사실이 확인됐다. 바로 병목현상을 일으킨 인도였다. 집적된 인파가 불법건물로 좁아진 골목에서 쓰러졌다. 참사의 주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언제부터인가 당연시되는 듯한 사람 경시, 인도 경시, 탈불법이 크고 작은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교통약자에게 가혹한 보행환경 지적…시민사회·지자체가 응답했다
◆"보행권 존중 사회 만들어요"
어린이와 어르신, 장애인은 운전자의 배려와 안전한 보행 환경이 필요한 우리 사회의 '교통약자'이지만, 정작 대구 곳곳에서는 이들의 보행권이 지켜지지 못했다.

영남일보는 △'학교 앞 가드레일 인도' 대구 북구 태전동 등굣길 △신·구 아파트 갈등으로 아이들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동구 신성초의 가파른 등굣길 △인도가 불분명한 어린이보호구역이어서 인도와 차도를 번갈아 가는 중구의 어린이들 △어린이보호구역에 필요한 시설물 관리 부실로 위험한 등굣길을 이어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시각장애인 보행 안전을 지켜주는 대구 서구의 '교통 약자 보호 시설물'이 시민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점과 최근 3년 대구지역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6명은 고령층인데도 현저히 적은 노인보호구역에 대해서도 짚었다.

보행공간이 기형적이어서 통행이 위험한 대구의 도로들도 새삼 부각됐다. △이면도로와 맞닿아 있어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키는 동구청 앞 횡단보도 △500m 구간 인도가 돌연 끊기는 동구 신천동로 △성인 한 명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비좁은 인도' 북구 하중도의 통로박스 △차량과 유모차가 아찔한 교행을 하는 인도 없이 폭 5m의 수성구~동구 망우당네거리 지하차도 등이다. 이밖에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됐지만, 차량 운전이 만연했던 경북대 북문 인근 로데오거리 △있으나 마나 한 중구 동성로 '주차금지' 교통표지판 △오토바이 배달원들의 위험천만한 인도 주행 등 현상이 대표적이다.

◆'인도를 돌려주세요' 그 후…전문가 "인프라 설치 과정 인도 경시 안 돼"
지자체들은 '인도를 돌려주세요' 이후 시설 정비부터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까지 속속 대책을 내놨다. 결코 소홀할 수 없는 사안이라 반향이 컸다.
대구 북구청은 보도 이후 태전로 보도 설치공사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강북고·영송여고부터 대구보건대 정문 앞까지 이어지는 450여m 구간 보행 환경을 개선키로 했다. 또 하중도 통로 박스 전 구간에는 얇은 철제 난간을 우선 매설했다. 정비 한 달여 만에 보행로 안전 펜스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지만, 북구청은 장기적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경북대 북문 맞은편 로데오거리는 본격적으로 차량 통제에 나서면서 마침내 '차 없는 거리'로 제자리를 찾았다. 동구청 앞 횡단보도는 4m 옆으로 옮겨지면서 '안전한 횡단보도'로 바뀌었고, 서구청은 새방지하차도 일원 노후 도로정비 공사를 통해 보도블록과 점형 블록 정비, 볼라드 위치 조정에 나선다.

영남일보 '인도를 돌려주세요' 자문위원들은 인프라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인도가 경시되는 점을 현행 보행 문화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지하터널, 도로, 건물 등 인프라가 설치되는 과정에서 '인도'가 경시되는 문제를 짚으며, 문제해결을 위해선 정책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터널, 도로와 같은 인프라를 구축할 때 보행수요에 따른 인도, 보행통로의 연결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기존 시가지는 이러한 부분이 미흡한 편"이라며 "인도를 설치하면 차도가 모자라 인도를 희생하곤 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일방통행을 한 번 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인도 폭도 좁은 편인데 건물 용적률, 건폐율을 높이기 위해 인도 폭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어 "차도 폭은 줄이고 인도 폭을 늘리는 '도로 다이어트' 등도 확대해 도입할 필요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보행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시계획을 섬세하게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한 정책 당국의 관심과 예산 투자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보행자 사고 감소를 위해 도심부 제한속도를 하향 조정하고, 보행자 보호시설을 확충하는 것을 주 쟁점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행자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보기 위해선 도로 이용자 의식이 중요하다. 도로 행위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도로이용자이기 때문이다. 참여형 교통안전 교육 홍보이 더욱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어 "일본은 현재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대기하는 경우 센서로 감지하고 운전자에게 도로표지병과 같은 도로 안전 시설로 주의를 환기시키는 시설을 개발해 시험 운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설 도입을 통해 횡단보도 보행자 교통사고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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